"강원랜드 신입사원 95% '청탁'으로 뽑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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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 [중앙포토]

강원랜드 [중앙포토]

카지노 공기업인 강원랜드가 5년 전 선발한 직원 500여 명 대부분을 청탁으로 선발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강원랜드는 60~70년대에나 있을 법한 범죄라며 사실상 비리를 인정했다.

2012년 정부로부터 대규모 카지노 증설 허가를 받은 강원랜드는 카지노 영업장을 2배 넓히고, 게임 테이블을 수백 대 늘렸다. 더불어 채용 규모도 커졌다.

강원랜드는 매년 백여 명 정도를 채용했었지만, 2012년 하반기부터 2013년 상반기까지 518명을 선발했다. 당시 지원자는 전국에서 5286명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이 공개한 강원랜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뽑힌 신입사원 가운데 95% 이상인 493명이 채용 청탁을 통해 들어온 '별도 관리 대상'으로 분류된 것으로 조사됐다.

강원랜드는 1차 서류전형에서 일반사무직과 카지노·호텔 부문 등 지원부문 구분을 없애고 705명을 일괄 통과시켜 비교적 '스펙'이 나은 일반사무직 지원자들에게 혜택을 줬다.

여기에 인사 팀장의 지시로 직원들이 청탁 대상자들의 점수를 고쳤고, 인·적성 검사 점수를 '참고 자료'로만 활용했다. 또 면접에서 심사위원 간 사전 협의를 통해 합격권 점수를 주는 등의 방법이 동원됐다.

청탁 대상자 중에는 권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의 지역사무실에서 인턴 비서로 일하던 A씨 등 10명 이상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랜드는 이런 내용과 관련해 검찰에 수사 의뢰했지만, 검찰은 1년 2개월 만인 올해 4월 최흥집 전 사장과 인사팀장 2명만을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기소 하는 데 그쳤다.

한편 강원랜드는 11일 해명자료를 통해 60~70년대 있을 미개한 범죄라며 외부 부정 청탁에 의한 채용 비리를 대부분 인정했다.

그러면서 "채용비리는 당시 최흥집 사장이 강원도지사 출마를 앞두고 공기업 정원을 통제하는 기획재정부의 허가도 없이 교육생을 518명이나 뽑으면서 외부의 부정한 청탁을 받아 저지른 것"이라면서 "내부 감사를 통해 부정 청탁자까진 밝히지 못한 채 검찰에 감사결과를 넘겨줬다"고 해명했다.

강원랜드는 "2014년 11월 함승희 사장 취임 후 이후엔 외부 청탁의 여지를 원천 차단했다"고 전하며 "2015년 5월, 정부 지시로 해당 사건 감사를 진행했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문제가 거론되는 상황에 편승해 현 경영진도 싸잡아 무고·비방하는 행위에는 단호히 법적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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