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중ㆍ러ㆍ홍콩 등에 비자금 3조~5조원 숨겨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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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대를 시찰 중인 김정은.[AFP=연합뉴스]

군부대를 시찰 중인 김정은.[AFP=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이 해외에 보유하고 있는 비자금이 약 30억~50억 달러(약 3조3000억~5조6300억원)에 이른다는 주장이 나왔다.

IBK 조봉현 연구위원 "전직 39호실 관계자 증언" #"금, 무기 수출, 노동자, 식당 수입이 주요자원" #"차명계좌 증명, 해당국 협조없인 제재 어려워"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 [중앙포토]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 [중앙포토]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8일 중앙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은 이전부터 중국, 러시아, 홍콩 등에 금, 현금 등의 형태로 비자금을 마련해왔다”면서 “차명계좌를 이용하는 등 추적이 어렵지만 전직 39호실(해외자금 관리담당) 근무자 등의 증언에 따르면 해외 은닉자산은 30억~50억 달러 규모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비자금은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북한의 로열패밀리가 통치자금으로 쓰는 이른바 '혁명자금'으로 활용됐다. 김정은 역시 성과를 낸 간부들에게 고급시계나 전자제품을 하사할 때 이용하거나, 북한에 없는 사치품 구매 등에 써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일부는 핵이나 미사일 개발에 사용됐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북한이 최근 발사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연합뉴스]

북한이 최근 발사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연합뉴스]

조 부소장은 “지금은 막혔지만 과거 북한의 금 수출은 대부분 비자금 마련에 이용됐고, 해외 파견 노동자가 벌어들이는 임금, 해외 식당의 수입 중 상당 부분과 불법 무기거래 자금 등이 비자금의 주요 재원이었다”면서 “금·무기 수출은 국제사회 제재 이후 규모가 많이 축소됐다”고 말했다.

러시아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해외 노동자들.[중앙포토]

러시아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해외 노동자들.[중앙포토]

그렇다면 김정은의 이런 비자금을 묶거나 차단할 수는 없을까.
조 부소장은 “비자금 계좌 차단을 위해서는 해당국 협조가 필요한데, 불법 조성된 것이라는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면서 “특정 차명계좌가 김정은 비자금에 이용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이날 전직 39호실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39호실의) 각 부서가 연간 목표를 정한다. 달성하면 훈장과 선물을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비판을 받아 부서가 해산되기도 한다”고 보도했다. 동남아시아에서 보험회사를 운영했다는 이 관계자는 “(혁명자금의) 지출액은 연간 수 억 달러였다”고도 말했다.

국내 북한경제 전문가들은 2년 전 탈북한 39호실 출신 간부의 증언 등을 통해 김정은 통치자금의 대략적인 규모를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 증언을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인 자료는 아직까지 공개된 적이 없다. 해당 39호실 간부는 가족이 한국 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미국행을 원했고, 현재 미국에서 정보기관의 보호를 받으며 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서울=김상진 기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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