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전 주한미군사령관들의 군사행동 경고, 허투루 듣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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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전직 주한 미군 사령관들이 북한의 군사행동에 대해 미국은 한국의 동의 없이 북한을 공격할 수 있다는 발언이 나왔다.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반론이다. 어제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참여정부 때 주한 미군 사령관을 지낸 버웰 벨 전 사령관이 “국제법에 따라 미국은 한국에 주둔하지 않은 군사 자산으로 북한을 타격하는 데 한국의 승인이 필요없다”고 말했다. 제임스 서먼 전 주한 미군 사령관도 “북한이 괌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면 미국은 영토를 보호할 권리를 가진다”고 잘랐다.

두 전직 사령관의 말은 북한이 미국을 공격하면 미국은 자위권 차원에서 북한을 타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무조건 전쟁은 안 된다는 문 대통령의 입장과 배치된다. 벨 전 사령관의 말은 더 의미심장하다. 그는 북한을 공격하는 데 일본과 호주 등 미국의 다른 동맹국들도 한국 승인 없이 참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리아 패싱 정도가 아니라 한국이 동맹에서 빠질 수 있다는 의미로도 들린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입에선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북한이 미국을 존중하기 시작했다”며 “뭔가 긍정적인 게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도 “가까운 장래에 대화로의 길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맞장구쳤다. 이는 미·북 사이에 모종의 물밑 접촉이 이뤄지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 한다. 우리는 모를 수 있지만 외교안보 당국마저 미국의 투 트랙 전략을 모른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청와대가 이러한 움직임을 놓치고 있다면 이중적 코리아 패싱을 당할 수도 있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한·미 동맹 결속이 우선이다. 그리고 동맹 차원에서 북한을 더욱 압박해야 한다. ‘전쟁 불가론’만 외칠 일이 아니라 어느 때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