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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차이 > 한·일 차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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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3호 31면

외국인의 눈

광복절이 다가오면 매년 일본에 관한 영화가 흥행한다. 올해 대표작인 ‘군함도’는 한국에서 많은 논란이 되고 있다. 일본에서 보면 ‘결국 나쁜 일본인이 다 죽어야 속 시원하게 끝나는 뻔한 스토리’로 비쳐지기 때문에 어떻게 기사를 써야 할지 골치 아팠다.

역사 문제에 관한 한 한·일 양국이 서로 이해하는 것은 안타깝게도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서울에서 다섯 번째 여름을 보내는 나의 솔직한 심정이다. 생각, 입장의 차이점이 너무 많은 데다가 결국 국민감정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크게 다르다고 느끼는 것은 생활습관이다. 내 아파트는 아들이 4살 때부터 계속 살고 있다 보니 마루에 흠집이 많이 생겼다. 나는 내년 봄 일본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부동산 회사에 “보수하는 데 얼마나 내야 할지 걱정이다”고 물었더니 그 회사 사장은 “한국에서는 이 정도면 흠집으로 보지 않는다”며 웃었다. 일본 같으면 보수하는 회사가 흠집 하나씩 테이프를 붙이고 엄격하게 보수비용을 계산해 입주한 사람에게 청구서를 보낸다.

이렇게 생활습관의 차이가 큰데 내 주변에는 의외로 한·일 부부가 많다. 한국 남성과 결혼해서 한국에 사는 한 일본 여성은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가 학교에서 공개 수업이 있을 때 “다케시마(독도)에 관한 수업이 있으니 엄마는 오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라며 배려해 준 경험이 있다고 한다.

또 대학교 다닐 때 만난 한국 여성과 결혼한 한 일본인 남성은 축구 한·일전이 있으면 집에서 TV를 보지 못한다고 한다. 아이들이 어느 쪽을 응원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쓸데없는 싸움을 피하기 위해서다.

나는 이 남성에게 어려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해 왔냐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명쾌했다. 한·일 간 차이보다 남녀 간 차이가 훨씬 크다고.

그의 말은 정곡을 찌른 것 같다. 자녀 교육 문제 등 한번 수다 떨기 시작하면 끝이 없는 게 여성이고 출세 경쟁 때문에 회사 정치에 바쁜 게 남성이다. 고민이 생기면 누구한테 “그러게요 ”라는 말을 기대하면서 공감을 요구하는 여성과 자신의 ‘껍데기’에 혼자 틀어박혀서 해결하려는 남성.

남녀 간의 생각 차이는 영원히 풀리지 않는 테마라고 한다. 그렇다면 한·일 관계는 너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오누키 도모코
일본 마이니치신문 서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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