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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난설헌 조명 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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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조선시대 여성 문인 허난설헌(1563~1589)을 21세기 새로운 여성상으로 재조명하려는 여성계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허난설헌이 "남성 중심 체제와 현모양처 이데올로기에 정면으로 저항했던 인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인 김신명숙씨는 "허난설헌이야말로 조선시대 여성 중 가장 빛나는 독자적인 성취를 이룬 인물"이라며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여성상"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은 다음달 27~28일 서울과 강릉에서 '허난설헌 여성문화축제'를 개최한다. 27일 서울 남산 한옥마을 김영춘 생가에서는 ▶허난설헌 재조명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허난설헌 이미지 그리기▶허난설헌에게 보내는 편지쓰기 행사 등이 펼쳐진다.

또 같은 기간에 강릉 초당동 허난설헌 생가에서는 고교생.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난설헌 문학캠프'가 진행될 계획이다. 주최 측은 "이번 행사는 역사 속 여성인물을 발굴하고 재조명해 한국적 여성주의를 새롭게 확립하려 했다"며 "그 첫째 인물로 허난설헌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또 여성 문제를 소재로 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있는 극단 여인극장(대표 강유정)은 27일부터 9월 14일까지 문예진흥원 소극장에서 허난설헌의 삶을 그린 사극 '반가워라, 붉은 별이 거울에 비치네'를 공연한다.

극단 측은 "천재 시인 허난설헌이 겪은 고뇌와 시련을 통해 아직도 직장과 가정 사이에서 고통받고 있는 여성의 삶을 반추하고자 한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허난설헌은 8세에 '백옥루상량문(白玉樓上樑文)'을 지어 신동으로 불릴 정도로 재능이 뛰어났다고 한다. 15세 때 사대부집으로 시집을 간 후 삼종지도와 칠거지악으로 대변되는 가부장적 조선시대 가족제도로 억압받으면서도 당시 여성에게 금기시됐던 시 쓰기를 계속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남편.시어머니와의 불화와 어린 두 자녀를 잇따라 잃는 등의 시련을 겪다 27세의 나이에 "자신의 작품을 모조리 불태워 없애라"는 유언을 남긴 채 요절했다.

그후 '홍길동전'의 작가인 동생 허균이 친정에 흩어져 있던 누이의 시와 자신이 외우고 있던 시를 모아 '난설헌집'을 펴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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