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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늑장 출동에 빈손 출동까지...인천 침수 90대 노인 사망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3일 내린 집중호우로 침수된 인천시 반지하 주택에서 90대 노인이 숨진 사고와 관련, 당시 소방대원들이 자동제세동기(자동 심장충격기) 없이 출동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신고자가 “물이 허리까지 찬 집안에 거동이 불편한 90대 어르신이 위독하다”고 했는데도 119대원은 빈손으로 출동했다.

119 대원, "맥박 뛴다. 위급하다"는 신고받고 빈손 출동 #다른 119 대원, 환자 병원 후송 후 '자동재세동기' 뒷북 #상황실 근무자가 신고자 전화번호 잘못 알려 늑장출동 #인천소방 "늑장 출동 직원실수 인정, 빈손 출동 확인중"

또 첫 신고가 이뤄진 후 30분 뒤 도착한 ‘늑장 출동’(본지 7월 26일 자 12면 보도)도 상황실 직원들의 실수 때문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당시 119에 신고한 최모(50·여)씨에 따르면 23일 오전 9시 28분에 “아래층 반지하가 비로 인해 침수됐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 위독한 상태다”라고 신고했다. 출동이 지연되자 최씨는 2~3차례 더 신고했다.

최씨는 “오전 9시 38분쯤 한 119대원이 전화를 걸어 환자 상태를 묻기에 ‘맥박이 뛰고 있다. 위급하니 빨리 와달라’고 했더니 '알았다'고 했다”며 “몇 분 뒤 또 다른 119대원으로부터 전화가 와 똑같이 말해줬다”고 설명했다.

119대원들은 첫 신고 33분이 지난 오전 10시 1분 현장에 도착했다. 이때 이씨는 이미 주민들에 의해 구조돼 심폐소생술을 받고 있었다.

119대원들은 이씨에 대해 심폐소생술을 몇 차례 한 뒤 이씨를 들것에 옮겨 병원으로 후송했다. 이씨는 후송 중 숨졌다.

최씨는 “당시에는 경황이 없어 몰랐는데 함께 있었던 딸이 ‘왜 자동제세동기 없이 왔어’라는 말을 해 생각해보니 정말 빈손이었다”며 “어르신이 이들에 의해 병원으로 후송된 이후 다른 119대원들이 자동제세동기 들고 허겁지겁 왔기에 ‘너무 늦었다. 이미 병원으로 후송됐다’고 하니 되돌아 갔다”고 말했다.

최씨는 “분명히 '맥박이 있지만 위독하니 빨리와달라'고 했는데 어떻게 빈손으로 올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119대원들의 늑장 출동도 소방당국의 실수에 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고를 접한 상황실 직원이 신고자의 전화번호를 현장 직원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번호를 잘못 줘 늦어졌다는 것이다. 현장에 출동했던 직원은 신고자의 번호가 결번이어서 다른 곳으로 출동했다고 한다.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빈손 출동 부분은 해당 소방서에 확인해 보겠다”며 “늑장 출동 관련은 당시 6000건이 접수되다보니 일부 실수가 있었다. 소방서에서 최초 신고자에게 찾아가 실수를 인정하고 상황을 설명했다”고 해명했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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