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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매도 리포트 ‘0.17%’…괴리율 공시로 관행 바뀔까

중앙일보

입력

‘0.17%’

금감원, 조사분석보고서 신뢰도 제고 방안 #9월부터 실제-목표주가 괴리율 보고서 명시 #애널리스트 연봉 땐 보고서 양ㆍ질로 평가 #“‘보고서는 공짜’ 문화서 고치기 힘들어 #경쟁력 없으면 시장이 퇴출시키는 구조돼야”

지난해 국내 증권사가 낸 ‘매도’ 의견 분석보고서(애널리스트 리포트)의 비율이다. ‘매수’ 추천 일색인 국내 증권사들의 기업분석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투자의견 비율 공시제’를 시행한 지 2년이 넘었지만 매도 보고서는 여전히 찾기 힘들다.

자료: 금융감독원

자료: 금융감독원

그나마 공시제 시행 첫 해인 2015년 매도 보고서 비율이 0.25%로 2014년(0.13%)보다 높아졌지만, 지난해엔 오히려 비율이 줄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27일까지 증권사가 낸 기업분석보고서 1만5451건 가운데 매도 의견 보고서는 단 2건(그나마 ‘매도’ 혹은 ‘SELL’이 아니라 ‘REDUCE’로 표현을 완화했다)에 불과하다.

금융감독원은 27일 증권사 조사분석보고서 신뢰도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장준경 금감원 국장은 “객관성 있는 조사분석보고서가 제때 제공되지 않아 조사분석보고서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가 낮아진 상태”라며 “이런 믿을 수 없는 조사분석보고서가 가치투자 문화가 정착되는데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목표주가나 투자의견을 제때 바꾸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대규모 영업적자를 발표했는데도 증권사들은 목표주가를 바로 조정하지 않는다.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을 기록했을 때 목표주가를 급하게 올리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실적이 나빠 매도 의견을 내야할 것 같으면 아예 보고서를 내지 않거나 분석 대상에서 빼 버린다. 과거 보고서만을 본 투자자들은 기업의 바뀐 영업 상황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게 된다.

이런 관행은 애널리스트 개인의 노력으로 개선이 어렵다. 애널리스트의 연봉이 보고서의 양이나 질 등 업의 본질이 아니라, 법인영업부서 등 외부 평가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이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매도 보고서가 회사 영업이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매도 보고서 작성을 반기지 않는다. 애널리스트 입장에서도 괜히 매도 보고서 냈다가 해당 기업으로부터 탐방을 거부당하는 등 불이익 받기 십상이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목표주가, 투자의견의 객관성 제고 및 애널리스트의 독립성 강화를 통해 조사분석보고서에 대한 투자자 신뢰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이 마련한 가장 중요한 해법은 괴리율 공시다. 9월부터 리서치 센터에서 제시하는 목표주가와 실제주가 간 괴리율을 보고서에 의무 기재할 예정이다. 현재는 최근 2년간 증권사가 제시한 목표주가와 실제주가의 변동 추이를 그래프로만 넣고 있다. 실제주가는 목표주가를 제시한 시점까지의 평균주가로 계산한다. 그런데 9월부터는 대상 시점 내 최고가 대비 괴리율도 표시해야 한다.

괴리율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표시하면 보다 현실적인 목표주가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또 같은 종목을 분석한 여러 보고서를 두고 괴리율을 비교하면 애널리스트들의 예측 능력을 평가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내부 검증도 강화한다. 증권사 내부적으로 일정 비율(예를 들어 15%) 이상 목표주가 변동, 투자의견 변경, 대상종목 편입, 주가괴리율의 적정성 등을 따져보는 심의위원회를 설치ㆍ운영해야 한다. 심의위원회는 리서치센터장이나 섹터(업종)장 등 3인 이상으로 구성된다.

외부 평가에 애널리스트가 흔들리지 않도록 9월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회사의 영업 및 업무에 관한 규정’에 애널리스트의 보수산정에 대한 광범위한 기준을 담았다. 애널리스트 보수를 산정할 때에는 보고서의 품질 및 생산실적, 투자의견의 적정성을 반영해야 한다.

아울러, 보고서 수정 요구 등 불합리한 리서치 관행을 신고할 수 있도록 금감원에 신고센터를 지난달 설치했다. 금감원은 상시적으로 보고서 작성과 관련된 내부통제 실태를 점검하고 미흡한 사항에 대해 지속적인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실효성이 의문이다. 매수 일색의 보고서 관행을 바꾸기 위해 투자의견 비율 공시제를 시행했지만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이번 괴리율 등 개선안도 관행을 바꾸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당장 신고센터 설치 후 한 달 넘게 지났지만 신고는 물론이고 문의조차 전혀 없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외국계에 비해 매도 보고서가 없다고 하는데 외국은 보고서를 돈을 낸 일부 고객들에게만 제공한다”며 “공짜 보고서에 매도가 나오면 투자자들이 벌떼처럼 일어나서 애널리스트에게 비난을 퍼붓는데 누가 욕먹어가며 매도 보고서를 쓰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결국 시장에서 잘못된 보고서를 내는 애널리스트는 자연스럽게 퇴출되는, 시장이 정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아울러 정보를 공짜라는 인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관행이 고쳐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료: 금융투자협회

자료: 금융투자협회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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