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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여성이 본 강경화 장관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37호 35면

1955년생인데 아이를 셋이나 키우면서 어떻게 일을 잘해 왔던 것일까. 지난달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됐을 때 내 눈에 처음 띈 것은 위장 전입 문제도, 위안부 문제에 관한 발언도 아닌 62세 직장 여성 인생이었다. 일본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이기 때문이다.

86년 일본에서는 남녀고용기회균등법이 시행됨으로써 남성이 독점하던 영역에 여성이 대거 진출하기 시작했다. ‘균등법 1호’세대는 현재 50대가 돼 최근 몇 년간 ‘첫 여성 부장’들이 각 기업에서 속속 나타나고 있다. 다만 이 세대는 사실상 일 아니면 가정 둘 중의 하나를 골라야 한다는 강요를 당했다. 그러다 보니 현재 여성 간부들은 결혼하지 않은 사람이 많다.

75년생인 나는 일선에 있는 여기자가 출산하기 시작한 세대에 속한다. 내가 2008년 아이를 낳았는데 우리 회사 정치부에서는 첫 사례였다. 타사에서도 ‘출산 1호’가 속속 나타났다. 2000년대 전반까지는 임신한 여성이 본인 의사에 상관없이 부서 옮기기를 강요당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었기 때문에 나도 그럴 줄 알았지만, 놀랍게도 상사의 말은 “축하한다”였다. 그래도 서울 부임을 앞두고 다른 상사로부터는 “둘째는 좀…”이라며 사실상 자제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특파원으로서 해야 하는 일을 생각해서 나도 그대로 받아들였다.

한국에서는 50대 이상에서도 아이가 있는 직장 여성이 많아 놀랐다. 사회적 제도가 미흡했던 시대에 아이를 키우면서 어떻게 양립했을까? 그것만으로도 존경스럽다. 그런데 최근 40대 한국 미혼 여성이 “아버지께서 (결혼은 하지 않고) 왜 혼자 있냐며 화를 많이 내신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아직 일본이나 한국 모두 결혼과 출산에 대해 사회적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물론 최근에는 여성들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스스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전히 가족이나 회사 눈치를 보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풍조는 남아 있다.

출산은 여성만 할 수 있다. 남성들도 나름대로의 고생과 고민이 많다는 것도 안다. 그러니까 페미니즘을 내세울 생각은 없다. 현실은 현실대로 받아들이면서도 ‘수퍼 우먼’으로 후배 여성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강 장관 같은 여성이 그런 면에서만 주목받지 않는 시대가 오면 좋겠다.

오누키 도모코
일본 마이니치신문 서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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