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치킨배달' 미담 주인공이 현재 논란에 휩싸인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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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반지하에 거주하는 가정에 "이벤트에 당첨됐다"며 무료로 치킨을 배달한 '눈물의 치킨 배달' 사연이 논란에 휩싸였다.

팍팍한 현실 속 청년의 배려심 깊은 착한 거짓말로 알려졌던 미담이 알고보면 계획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

앞서 지난 12일 경기도 안양의 한 치킨 가맹점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정모 씨(23)는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눈물 났던 치킨 배달"이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미담을 올렸다.

게시물은 반지하에 아들과 함께 거주하는 몸이 편치 않은 여성으로부터 주문 전화를 받고 마음이 아파 가맹점주 몰래 사비를 들여 치킨을 무료로 배달해주고 "행운의 7번째 손님"이라는 거짓말로 모자의 자존심을 배려했다는 내용의 글과 동영상을 담았다.

정 씨가 올린 '눈물의 치킨 배달'

정 씨가 올린 '눈물의 치킨 배달'

해당 게시물은 보배드림과 SNS로 빠르게 퍼져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전했다. 이후 정 씨는 안양시로부터 선행시민 표창을 받았고, 치킨 업체 본사 정직원으로 채용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그러나 지난 20일 정 씨의 사연을 비꼬는 만화가 등장해 논쟁을 촉발했다. '선행을 해요'라는 제목의 이 만화는 돈을 내고 치킨을 시켜먹겠다는 불편한 사람을 찾아 무료로 주고 인증 동영상을 커뮤니티에 배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카광의 '선행을 해요'

카광의 '선행을 해요'
카광의 '선행을 해요'
카광의 '선행을 해요'

이 같은 내용에 네티즌은 "남의 선행을 비꼬는 사람은 삐뚤어진 인간의 전형이다" "선행은 선행으로 받아들이자" "누군가 잘됐다니 또 시기하는 사람이 나타났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반면 "일정 부분 일리가 있다"며 만화 내용에 동감한 반응도 만만치 않았다. 이들은 "이거 선행 맞아?"라며 의혹을 제시했다.

먼저 "치킨을 주문한 여성은 사먹을 능력이 충분했다. 그러나 배달부가 멋대로 반지하에 살고 말을 더듬으니 가난하고 장애가 있을거라 판단해 적선을 한 것이다"라고 썼다.

이어 "당사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동영상을 찍고, 아들도 있는 데 어디 사는지 알만한 단서까지 제공했다"며 "앞에서 자존심을 위해 착한 거짓말을 한다더니 뒤돌자마자 장애사실과 가정형편 및 신상정보를 누구나 볼 수 있게 직접 동영상을 촬영하여 직접 올렸다"고 덧붙였다.

뿐만아니라 "'보배드림' 가입일이 사연 게시일 당일이라는 점, 실명을 기반한 닉네임을 사용했고 자신의 나이와 일하는 가게, 지역까지 세세하게 썼다"며 "선행을 하자 마자 평소 활동하지 않는 유명 커뮤니티에 굳이 가입해 사연을 공개하는 것은 진정성을 의심받을 만 하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온라인 커뮤니티

이 같은 지적에 "선행을 알리는 것은 주변 사람도 영향을 받으므로 좋은 일이다. 선행을 거짓말로 의심하는 사람들을 위해 동영상을 촬영했을 것이다"는 의견과 "받은 사람은 단순 이벤트로만 알고 좋아했을 텐데, 이렇게 어려운 형편이 알려지는 것은 어린 아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등의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한편 정 씨가 직접 올린 게시물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임유섭 인턴기자 im.yuseo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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