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기내 보안구역 '벙커'에 자신 딸 쉬게한 아시아나 사무장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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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기 내 승무원 전용 휴식공간이자 보안구역인 '벙커'. 주로 2층 침대가 놓여있는 이 곳에 아시아나 여승무원이 무단으로 자신의 딸을 쉬게해 논란이 일고 있다.[사진 중앙포토]

여객기 내 승무원 전용 휴식공간이자 보안구역인 '벙커'. 주로 2층 침대가 놓여있는 이 곳에 아시아나 여승무원이 무단으로 자신의 딸을 쉬게해 논란이 일고 있다.[사진 중앙포토]

 아시아나항공의 고참 여승무원이 자신의 딸을 여객기 내 승무원 전용 휴식공간이자 보안구역인 '벙커'에서 무단으로 쉬게 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다.

같은 비행기 탄 중3 딸, 어지러움 호소에 벙커 이동 #벙커내 2층 침대에서 누워서 휴식 취하게 해 #이 탓에 쉬어야 할 다른 승무원 제때 휴식못해 #벙커에 무단으로 일반인 들여보낸 건 불법 #익명게시판 통해 사실 드러나 논란 확산 #아시아나항공, "상황 파악뒤 인사조치 방침"

 특히 이 승무원의 딸이 휴식공간을 차지하는 바람에 다른 승무원이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기내 서비스 및 유사시 안전에도 적지 않은 차질을 빚을 뻔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반인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 벙커에 일반인을 함부로 들여보낸 사실이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31일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지난 16일 로마를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향하던 아시아나 항공기(보잉 777기)의 객실사무장이 자신의 중3 딸을 벙커에 무단으로 들여보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당시 사무장의 남편과 딸이 같은 비행기를 탔고 있었고 딸이 심한 어지러움을 호소해 벙커에 있는 침대에 눕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의 여객기. [사진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의 여객기. [사진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휴식공간인 벙커는 비행기의 맨 뒤편 또는 화물칸에 자리 잡고 있으며, 주로 여러 개의 2층 침대 형태로 구성돼 있다. 8시간 이상의 장시간 비행을 할 때는 승무원들이 조를 나눠 벙커에서 휴식을 취한다. 원활한 기내 서비스와 비상시 안전 조치 등을 위해서다. 벙커는 일반승객의 출입을 막기 위해 시건 장치로 잠겨있다. 보잉 777기종의 경우 침대가 6칸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가입한 익명게시판을 통해 드러났다. 게시판에 “운항 중인 항공기 내 보안구역에 일반인 출입시키고, 그 때문에 근무 중인 승무원이 못 쉬게 되었다”는 글이 올라왔고, 이 글에 다른 승무원들이 댓글을 달면서 논란이 확산했다.

사내 익명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 [사진 독자제공]

사내 익명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 [사진 독자제공]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측은 “벙커에 일반인을 들여보낸 것은 처음 있는 일이어서 당혹스럽다”며 “비행 중 발생한 승무원의 사규 위배 행위에 대해 정확하게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규정에 따라 인사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당 승무원은 회사 측에 다른 승무원들의 양해를 구한 뒤 벙커에 있는 빈 침대에 자신의 딸을 눕혔고, 다른 승무원의 휴식을 방해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항공사 관계자는 “비행 중에 일반인이 벙커에 들어간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고, 국내에서 이런 일이 지금까지 한 번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10년 만에 주목 받는 기내 '벙커'

앞서 2007년 11월 김경준씨가 BBK 사건으로 국내에 송환될 때 기내에서 다른 승객들의 눈에 띄지 않게 '벙커'에 숨어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바 있다. 물론 당시는 검찰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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