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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J카페]"사망했어도 합의금" 신일철주금 산업스파이에 강경 대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 기업이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초강수를 뒀다.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에게도 관용은 없었다.

일본 최대 철강사인 신일철주금(新日鐵住金, 전 신일본제철)이 자사의 기술을 유출한 전 직원들에 대한 소송을 취하하는 대신 1인당 최대 1억 엔(약 10억원)의 합의금을 받아냈다. 사망한 경우에는 가족들이 대신 합의금을 내도록 했다.  

일본 신일철주금의 기미쓰제철소 제4고로. 내부 용적(5555㎥)이 세계 네 번째로 크다.

일본 신일철주금의 기미쓰제철소 제4고로. 내부 용적(5555㎥)이 세계 네 번째로 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8일 "신일철주금이 2015년 포스코에 300억 엔(약 3137억원)을 받고 화해한 데 이어 직접 기술을 유출한 신일철주금 전 직원 10여 명과도 화해해 기술 유출 문제가 종결됐다"고 전했다.

'방향성 전기강판' 기술 유출 전 직원 10여명에 합의금 최대 1억엔 #포스코와는 2015년 300억엔에 화의 #"개개인 책임 끝까지 추궁" 산업스파이에 근절 의지

이번 사건은 신일철주금의 강경 대응이 주목할 만했다. 직원을 억압한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고 소송을 벌였다 패소할 가능성도 있어 일본 기업들은 산업스파이 사건에 개인의 책임을 추궁하는 일이 드물었다. 그러나 이번엔 2012년 4월 소송을 제기해 5년 동안 끈질기게 책임을 물었고 결국 사과와 합의금을 받아냈다.

신일철주금 법무팀 관계자는 "개인이 책임을 회피해도 된다는 인식이 커질 경우 기술 유출 위험은 높아진다. 개인의 잘못을 용인하지 않아야 산업스파이를 없앨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스파이들이 신일철주금에서 캐낸 기술은 '방향성 전기강판'이라는 강판 제조 방법이다. 방향성 전기강판은 변압기나 모터의 효율을 높이는 강판으로, 전기차·하이브리드카·신재생에너지 소재 등에 폭넓게 사용된다. 일반 강판보다 3~4배 비싸다.

이들은 이 기술을 경쟁사인 한국 포스코에 넘겼다. 신일철주금은 이 기술을 유출한 전 직원 1명과 함께 포스코를 한국과 미국·일본 법원에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제소했다. 영업비밀의 사용금지와 986억 엔(약 1조318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피소된 1명을 포함한 10여 명의 전 직원은 1980년대 중반부터 약 20년에 걸쳐 포스코 측에 기술 등 영업 비밀을 제공했다. 산업스파이 행위는 2003년 형사처벌 규정이 생기기 전 행위였기 때문에 신일철주금은 민사상의 손해배상 소송만 제기했다.

다만 오랜 기간 협력 관계를 유지해온 포스코와는 2015년 9월 합의하고, 한·미·일 3국에서 동시에 진행하던 소송을 모두 취하했다. 그러나 기술을 유출한 직원들에 대해서는 책임 추궁을 계속 진행해 왔다.

신문은 "앞으로 일본 재계에 산업스파이 등 비슷한 사례가 발생할 경우 엄격하게 책임을 묻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경제혁신에 나선 일본 정부도 지난해 법을 개정해 산업스파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 부정 경쟁 방지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신문은 "샤프 등 대기업이 해외에 매각되면서 대기업의 기술과 인력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 필수 기술을 지킬 수 있는 유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기업의 경쟁력과 경영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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