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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분식회계 묵인·방조한 안진회계법인, 1년 영업정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를 묵인ㆍ방조한 혐의로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이 1년간 업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24일 임시회의를 열고 안진회계법인에 대해 이 같은 조치를 내렸다. 증선위는 업무정지 처분 외에도 증권신고서 거짓 기재에 따른 과징금 16억원, 2014년 위조 감사조서 제출에 따른 과태료 2000만원, 손해배상공동기금 추가적립 100%, 대우조선해양 감사업무 제한 5년 조치 등의 징계도 내렸다. 소속 공인회계사 4명에 대해서는 등록취소를 건의했다.

증선위, "감사인 기본 책무 져버렸다" 중징계 #상장사 및 금융회사 신규 감사 업무 제약 #매출 타격 및 회계법인으로서 신뢰 추락 #"회계법인, 감사 신뢰도 높이는 계기 삼아야" #

 최종 결정은 다음달 5일 열리는 금융위 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이에 따라 안진회계법인은 다음달 5일부터 1년간 2017회계연도에 대한 신규 감사 업무를 맡을 수 없다. 대상 기업은 코스피ㆍ코스닥ㆍ코넥스 등 상장사, 증선위의 감사인 ‘지정’ 회사, 비상장 은행ㆍ증권ㆍ보험 등 금융회사다.

 증선위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6년간(2010~2015년) 대우조선해양의 감사인으로서 장기간 회사의 분식회계 사실을 묵인ㆍ방조하여 감사인으로서의 기본 책무를 져버렸고, 감사 품질 관리 시스템도 적절히 작동하지 않음으로써 부실 감사가 자체적으로 전혀 시정되지 않고 지속됐다”고 업무정지 처분 이유를 밝혔다.

 안진회계법인은 국내 4대 회계법인이다. 감사 기업만 1100여곳에 달한다. 영업정지로 신규 계약이 제한받는 대상 기업은 150개사 내외로 추정한다. 그러나 대부분이 상장법인으로 규모가 큰 곳이 많아 매출은 적어도 2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더 심각한 것은 회계법인으로서의 신뢰 상실이다. 신규 계약 금지 대상 기업이 아니더라도 분식회계에 연루된 회계법인에 감사 계약을 맡기엔 꺼려지는 부분이 있다. 이번 업무정지 조치에도 감사계약 1~2년차의 상장사는 재계약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감사인 해임사유인 ‘소속 회계사 등록 취소’가 발생해 감사인 변경을 원하면 교체할 수도 있다.

 인력 이탈 조짐도 보인다. 회계법인의 경우 상장사 감사보고서 제출이 마무리되는 3월을 전후해 인력 이동이 있다. 안진회계법인 관계자는 "통상적인 인력 이동보다는 더 큰 움직임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회계ㆍ컨설팅기업인 딜로이트와의 파트너십 존속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국내 ‘빅4’ 회계법인은 모두 PwC, KPMG, EY 등 글로벌 회계ㆍ컨설팅 회사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영업을 하고 있다. 만일 안진회계법인이 12개월 업무정지에 이어 딜로이트와의 파트너십 해지라는 상황까지 맞이하게 되면 존폐기로에 처할 수도 있다. 안진회계법인 관계자는 “딜로이트와의 파트너십은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다”며 “딜로이트 입장에서도 한국 시장을 포기할 수는 없는데 우리(안진)과 파트너십을 해지하면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안진회계법인의 회계사 숫자는 지난해 3월 말 현재 1131명이지만 5~6위 업체의 회계사 수는 300명 안팎에 불과하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2015년 분식회계 의혹이 불거지자 대우조선해양과 당시 외부감사인이었던 안진회계법인에 대해 1년여간 특별감리를 진행했다. 양정 기준에 따르면 감사인이 소속 공인회계사의 회계감사 기준 위반 행위를 묵인, 방조, 지시 등 조직적으로 관여한 사실이 적발되면 금융당국은 회계법인에 최대 업무정지, 등록취소 조치까지 할 수 있다.

 이석란 금융위 공정시장과장은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키운 분식회계를 방조ㆍ묵인한 회계법인에 대한 엄벌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이번 중징계 처분을 계기로 회계법인들은 감사 신뢰도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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