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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터졌다…박지성 프리미어리그 역사적 데뷔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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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5일(한국시간) 풀럼전에서 전반 6분 만에 프리미어리그 첫골을 터뜨린 박지성이 두 팔을 벌리고 뛰어나오며 환호하고 있다. [맨체스터 AP=연합뉴스]

"골에 대한 부담은 없었습니다. '이제 한 골 넣었구나' 하는 생각뿐입니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데뷔골이 터졌지만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반응은 비교적 담담했다. 지난해 말 칼링컵 8강전(버밍엄시티전)에서 이미 골맛을 봤기 때문이었을까.

5일 새벽(한국시간) 맨U와 풀럼의 프리미어리그 경기가 열린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퍼드 구장. 선발 출전한 박지성의 몸놀림은 가벼웠다. 오른쪽 미드필더로 나선 박지성은 처음부터 특유의 저돌적인 드리블로 풀럼의 오른쪽 진영을 흔들었다.

전반 6분, 상대 오른쪽을 치고 올라간 박지성은 페널티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게리 네빌의 패스를 받았다. 박지성은 지체하지 않고 상대 골문 왼편으로 공을 차 올렸고, 수비수 등을 맞은 공은 각도가 꺾이며 골망을 흔들었다. 박지성은 "'칩샷'으로 수비수 키를 넘기려 했다"고 데뷔골 상황을 설명했다. 지난해 8월 13일 에버턴과의 리그 데뷔전을 치른 뒤 무려 23경기, 177일 만에 터진 골이었다.

박지성은 프리미어리그에서 골을 넣은 첫 번째 한국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박지성의 선제골에 힘입어 맨U는 4-2로 풀럼을 꺾고 리그 2위를 지켰다.

맨체스터 지역 신문인 '맨체스터 이브닝뉴스'는 "생기 있고 적극적인 플레이로 팀에 기여했다"는 평가와 함께 박지성에게 평점 7점을 줬다. 결승골을 넣은 루이 사하와 함께 팀 내 최고 평점이다. 몇 점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박지성의 이번 골은 그동안의 불운을 한번에 털어버린, 점수로 매길 수 없는 값어치를 지녔다.

박지성은 지난해 7월 맨U에 입단하자마자 아시아투어 베이징 센다이전에서 헤딩골을 신고했으나 공식 경기가 아니었고, 칼링컵 8강전에서 공식 경기 첫골을 기록했다. 하지만 리그 경기에선 유독 골 운이 없었다. 도움 5개로 리그 10위권에 오를 정도로 팀 공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슈팅은 번번이 골을 외면했다. 8월 20일 애스턴 빌라전에서는 강슛이 크로스바를 맞았고, 10월15일 선덜랜드전에선 수비수가 슛을 막아내기도 했다. 현지 언론으로부터 "월드 클래스로 분류되기에는 패스가 불안하고 골 결정력이 약하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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