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는 핑계일 뿐"..지난 1일 한남대 겸임교수 임용된 박경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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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다리를 잃은 30대가 대학 강단에 섰다.
지난 1일 한남대 행정학과 겸임교수로 임용돼 강의를 시작한 박경순(32)씨가 주인공이다. 지난 2월 한남대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얻은 박 교수는 행정학과와 사회복지학과에서 ‘공직특강’, ‘행정학개론’ 등을 가르치고 있다.

대학원서 8년만에 석·박사학위 취득 #이번 학기부터 모교서 ‘공직특강’ ‘행정학개론’ 강의 #"주변 도움으로 이 자리까지, 봉사하는 삶 살고 싶다"

 그는 초등학교 2학년 때인 1994년 등굣길에 트럭에 치어 두 다리를 잃어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그의 부모는 아들을 장애인학교 대신 일반 초·중·고교에 진학시켰다. 비장애인 학생들과 어울리면서 교육을 받는 게 아들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박 교수는 가족과 친구, 교사 등의 도움으로 학교를 다녔다.

한남대 박경순(오른쪽에서 둘째) 교수가 학생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한남대]

한남대 박경순(오른쪽에서 둘째)교수가 학생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한남대]

 박 교수는 “중학교 다닐 때는 합창단원으로 노래를 하고, 고교 시절에는 친구들과 배드민턴도 쳤다”며 “수업시간에 정지용 시인의 시로 노랫말을 만든 ‘향수’를 친구들 앞에서 부르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2005년 한남대 행정학과에 입학해 교사가 되기로 마음먹고 교직관련 분야(공통사회)를 복수 전공했다. 행정학사 학위증 이외에도 중등정교사 2급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하지만 장애인으로 초·중·고 교사가 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교수를 목표로 2009년 한남대 대학원에 진학해 석·박사과정을 마쳤다. 대학원에 다니면서 장애인 고용 문제 등의 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했다. 한남대 공기업정책연구소에서 정부 및 공공기관의 정책연구에 참여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2015년부터 학과 후배들에게 매년 일정액의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주변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며 “앞으로 시민단체와 장애인단체 활동에도 적극 참여해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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