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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자리서 최고 되라, 새가슴 사위 일깨운 ‘장인 정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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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사위 사랑은 장모’라지만 프로골퍼 더스틴 존슨(33·미국)에겐 좀 다른 이야기다. 존슨에겐 ‘사위 사랑은 장인’이란 말이 더 어울릴 법 하다.

게으른 골프 천재 멘토 된 NHL 전설 #뒷심 약한 존슨 성장 도운 장인 #1등 노하우와 경험 아낌없이 전수 #존슨, 2주 만에 또 우승 ‘PGA 14승’ #평균 321야드 폭발적인 장타 과시

더스틴 존슨(오른쪽)과 웨인 그레츠키. [웨인 그레츠키 트위터]

더스틴 존슨(오른쪽)과 웨인 그레츠키. [웨인 그레츠키 트위터]

미국프로골프협회(PGA)투어에서 활약 중인 장타자 존슨은 장인이자 ‘아이스하키의 전설’인 웨인 그레츠키(56·캐나다)의 정신적인 지도를 받으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존슨은 웨인 그레츠키의 딸이자 배우 출신인 폴리나(29·미국)와 2013년 약혼한 뒤 아들 한 명(테이텀)을 두고 있다.

‘아빠’가 된 존슨은 장인 그레츠키와 함께 세계 1위를 목표로 피나는 노력을 했다. 그레츠키는 북미아이스하키(NHL)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히는 아이스하키계의 전설.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스티브 잡스조차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일 정도였다. “나는 퍽이 지나간 자리가 아니라 나아갈 자리로 움직인다”는 그레츠키의 명언에 감명을 받았던 잡스는 연설 중 이 문구를 자주 인용했다.

천부적인 자질을 지녔지만 ‘게으른 천재’였던 존슨은 장인을 만나면서 달라졌다. 현실에 안주하기보다 미래의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레츠키가 사위에게 골프 기술을 가르친 건 아니었다. 그레츠키는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사위 존슨이 똑같은 마음가짐으로 대회에 출전할 수 있도록 도왔다. 웨인은 특히 운동경기를 대하는 선수의 자세와 승부에 대한 집중력 등 정신적인 측면에서 큰 도움을 줬다.

현역 시절 웨인 그레츠키. [중앙포토]

현역 시절 웨인 그레츠키. [중앙포토]

장인의 지도를 받으면서 존슨의 기량은 일취월장했다. 그리고는 마침내 세계랭킹 1위 자리에도 올랐다. 2주 전 아내 폴리나로부터 ‘둘째를 가졌다’는 소식을 접한 존슨은 올해 말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최고의 자리에 오른 뒤 결혼식을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게 된 것이다.

존슨은 6일 멕시코 멕시코시티의 차풀테펙 골프장에서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멕시코 챔피언십에선 합계 14언더파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버디 5개와 보기 2개로 3타를 줄인 존슨은 토미 플리트우드(26·잉글랜드)의 추격을 1타 차로 따돌렸다. 지난 2월 제네시스 오픈 우승 이후 2주 만에 다시 정상에 선 존슨은 PGA투어 통산 14승을 기록하게 됐다.

이번 우승으로 존슨은 세계랭킹 1위 독주 체제를 갖췄다. 이날 발표된 남자골프 세계랭킹 포인트에서 11.7점을 획득한 존슨은 2위 제이슨 데이(9.36점·호주)와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올 시즌 PGA투어에서 마쓰야마 히데키(25·일본) 저스틴 토마스(24·미국) 등 20대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존슨은 안정된 기량과 관록을 앞세워 투어를 지배하고 있다.

더스틴 존슨과 폴리나 그레츠키 그리고 아들 테이텀. [폴리나 그레츠키 인스타그램]

더스틴 존슨과 폴리나 그레츠키 그리고 아들 테이텀. [폴리나 그레츠키 인스타그램]

존슨은 지난해 초까지만해도 뒷심이 약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2015년 US오픈 최종 라운드 18번 홀에선 3.5m 거리의 이글 퍼트를 놓친 이후 1m가 되지 않은 버디 퍼트까지 실패해 우승을 놓쳤다. ‘새가슴’이란 달갑지 않은 수식어가 그를 따라다녔다.

하지만 장인의 지도를 받으면서 정신적으로 강해진 그는 완전히 다른 선수로 거듭났다. 지난 9개월 동안 총 상금 900만 달러(약 104억 원) 이상이 걸린 WGC 대회에서 두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존슨의 가장 큰 강점은 1m93cm의 큰 키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장타다. 이번 대회에선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가 321야드나 됐다. 2300m의 고지대에서 존슨은 최대 드라이브샷 거리 393야드를 찍었다. 그는 “드라이브 샷만 똑바로 나간다면 매주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안병훈(26·CJ대한통운)은 2오버파 공동 48위로 대회를 마쳤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 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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