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3월 추가인상 임박 … 연내 한·미 금리 역전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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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옐런 Fed 의장

재닛 옐런 Fed 의장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이달 중순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옐런 의장은 지난 3일(현지시간) 시카고 경영자클럽의 오찬 행사에 참석해 “고용과 물가가 우리의 예상과 맞게 계속 진행된다면 이달 회의에서 기준금리의 추가 조절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회의는 14∼15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의미한다. 이날 강연은 FOMC 회의를 소집하기 전 공개석상에서 금리 관련 내용을 언급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어서, 옐런 입장에서 마음 먹고 얘기한 것이다. 옐런 의장은 “연준의 부양 정책 일부를 축소하는 데 너무 오래 기다리면 이후 금리를 더 가파르게 올려야 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금리 인상 시기를 놓쳐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고, 경기 침체 압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옐런, 14일 FOMC 앞두고 공개 언급 #올해 4차례 이상 인상 가능성도 시사 #원화가치 떨어지고 증시도 하락세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 커졌지만 #한은, 금리 내릴 수도 올릴 수도 없어

그는 현 통화정책 기조를 ‘완만하게 부양적(moderately accommodative)’이라고 표현해, 예전 연설에서 사용한 ‘평범하게 부양적(modestly accommodative)’에 비해 좀 더 활기찬 상태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같은 수사 변화는 현재의 금리 수준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약간 더 경기부양적이라는 점을 옐런 의장이 믿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JP모건체이스의 마이클 페롤리 이코노미스트는 “(수사 변화는) 분명한 변화이자 결단”이라고 진단했다.

게다가 옐런 의장은 기준금리 인상이 한 차례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암시했다. 그는 이날 “고용은 목표에 도달했고 물가상승률도 목표치인 2%에 다가가고 있다”면서 “경제 전망을 훼손할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완화적인 정책에서 벗어나는 과정은 지난해보다 빠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올해 3차례 금리인상이 예상됐는데, 4차례 이상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분석이다.

자료: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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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4차례 이상 금리를 인상하게 될 경우 세금감면 등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는 트럼프 대통령과 심각한 마찰도 예상된다. Fed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2월 제로금리 정책을 폈다가 2015년 12월에 기준금리를 0.25~0.5%로 올렸고, 1년만인 지난해 12월 0.5~0.75%로 한 번 더 상향 조정했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에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미국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이달 FOMC가 불과 2주도 남지 않은 시점이라 충격은 더 컸다. 한국 금융시장도 폭풍 한가운데 있다. 최운선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FOMC를 앞두고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국내 금융시장에 선반영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 2일과 3일 이틀 만에 달러당 원화가치는 25.4원(2.2%) 급락했다. 3일 코스피 지수도 전날보다 1.14% 내린 2078.75로 마감했다.

자료: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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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달까지만 해도 연 1.6%대에 머물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달 시작과 함께 1.7%대로 상승(채권 가치 하락)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본격적으로 올리기 시작하면 국내 증시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많다. 변수는 더 있다. 미국이 보호무역주의 고삐를 얼마나 세게 당기느냐다. 김재홍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00년대 중반만 해도 한국이 생산하고 미국이 소비하는 구조였지만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로 이런 선순환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자금 유출 우려도 커졌다. 사라진 환차익, 금리 매력에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금융시장에서 떠나갈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내릴 수도, 올릴 수도 없는 처지다. 미국과 달리 국내 경기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될 만큼 위축돼 있다. 금리를 더 내리자니 1344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가 부담이다. 지난달 23일 금융통화위원회가 만장일치로 현재 금리(연 1.25%)를 동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서울=조현숙·이새누리 기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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