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국 존엄 훼손한 모략” 추방 이정철, 말레이 비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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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1호 12면

김정남 암살 사건의 용의자로 말레이시아에서 추방된 이정철(46·사진)이 4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 기자회견을 하고 “(이번 사건은) 공화국의 위상과 존엄을 훼손시키는 모략”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2시쯤 베이징 서우두 공항을 통해 입국한 그는 서둘러 공항을 빠져나간 뒤 오전 3시쯤 주중 북한대사관 담장 안에서 바깥의 기자들을 향해 철창을 사이에 두고 사전에 준비한 듯한 ‘모략’ 발언을 약 14분간 이어갔다.

그는 “지난 2월 17일 가족과 함께 식사하고 있던 오후 9시40분 말레이시아 경찰 17명이 무장하고 들이닥쳤다”며 “수도에서 40㎞ 떨어진 곳에 구금한 뒤 가족사진을 보여주고 딸과 아내가 귀하지 않냐, 모든 걸 인정하면 살고 부인하면 다 죽는다며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사건 당시 주범 격인 북한 국적 용의자 4명을 태우고 운전했다는 혐의 사실도 부인했다. 하지만 그는 화학물질이 발견된 쿠알라룸푸르의 고급 빌라 ‘버브 스위츠’를 아느냐는 물음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쿠알라룸푸르에서 비누 원자재 무역에 종사했으며 김책공대를 졸업했다고 설명했다. 김정남 피살 사건의 북한 국적 용의자 5명 중 유일하게 현지 경찰에 체포된 이정철은 지난 3일 증거 불충분으로 석방됐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현지 업체에 위장 취업한 것으로 알려진 이정철에게 이민법 위반을 적용해 추방했다. 그는 경유지인 베이징의 북한대사관에 머물다 말레이시아에서 돌아오는 가족들과 합류한 뒤 다음주 평양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예영준·신경진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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