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검찰 두 번, 특검이 한 번 조사했는데 … ” 우병우 부실 수사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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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22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법원은 이날 우 전 수석에 대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달 28일 공식 활동이 종료되는 특검은 수사 기간 연장 여부에 따라 구속영장 재청구를 비롯한 신병 처리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뉴시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22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법원은 이날 우 전 수석에 대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달 28일 공식 활동이 종료되는 특검은 수사 기간 연장 여부에 따라 구속영장 재청구를 비롯한 신병 처리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뉴시스]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한 오민석(48)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사유를 설명했다. 특검팀이 우 전 수석에게 적용한 직권남용, 직무유기, 특별감찰관법 위반 혐의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었다.

법조계 일각 “영장 기각 자초” 비판 #“특검 파견 검사들 친정 눈치 봤나” #세월호·정윤회 수사 무마 핵심 빼고 #혐의 애매한 인사 개입 등만 건드려 #특검 종료시점 돼서야 조사 논란도

법조계에선 여러 분석이 나왔다. 우 전 수석 관련 수사 범위와 방식, 시기 등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는 시각이 많았다. 고검장 출신의 한 법조인은 “민정수석의 지위를 남용해 검찰 수사와 인사에 개입했느냐는 게 수사의 핵심이 됐어야 했다”며 “하지만 결과를 보면 정부부처 인사 관여 등 주변만 건드려 영장 기각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우 전 수석 관련 사안으로 제기된 롯데그룹 압수수색 정보 사전 유출, 2014년 세월호 수사 때 해경 상황실 압수수색 방해, 정윤회 문건파동 수사 개입 등 검찰과 관련된 의혹에 대한 수사는 진행하지 못했다. 이규철 특검보는 “(우 전 수석 수사에서) 현직 검사는 한 명도 조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사 방식도 달랐다. 특검팀이 이화여대 특혜, 비선 진료 수사에서처럼 의혹 대상자를 여러 차례 불러 조사한 것과 달리 우 전 수석은 토요일인 18일에 한 차례만 소환됐다. 영장 청구는 다음날 곧바로 이뤄졌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수사 시점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특검팀은 수사기간 마감(연장이 안 될 경우 이달 28일)을 열흘도 남겨 놓지 않은 상태에서 우 전 수석에 대한 사법처리를 시도했다. 영장 청구가 기각될 경우 보강 수사를 벌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률 전문가인 우 전 수석이 구속을 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사를 좀 더 치밀하게 진행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특검팀 안팎에선 “파견 온 검사들이 ‘친정’(검찰)을 건드려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수사에 소극적이었던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변호사 출신의 특검팀 관계자는 “일부 파견검사들이 법무부나 검찰을 수사해야 하는 어려움을 호소해 수사의 폭이 좁아졌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익명을 원한 현직 검사는 “우 전 수석에게 큰 죄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수사 과정이 깔끔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가 신뢰를 얻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그를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팀은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해 부실 수사 지적을 받았다. 당시 수사팀장을 맡은 윤갑근(53) 대구고검장은 우 전 수석의 사법연수원 동기(19기)다. 이 수사팀은 우 전 수석의 가족회사(정강) 자금 유용, 아들의 의경 보직 특혜, 화성 땅 차명 보유 의혹 등을 약 넉 달간 수사했지만 기소 여부도 정하지 못했다. 수사 막바지에는 그가 소환조사를 받던 검찰청에서 팔짱을 끼고 웃으며 검사와 이야기하는 모습이 사진으로 찍혀 ‘황제 소환’ 논란까지 불거졌다.

지난해 11월 최순실 사태로 출범한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도 우 전 수석을 다시 수사했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이례적으로 직무유기 의혹도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렇다 할 결론 없이 수사를 특검팀에 넘겼다.

특검팀 관계자는 22일 “수사기간이 연장되지 않으면 우 전 수석에 대한 보강 수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가 기소하기 어려우면 수집한 자료를 검찰로 이첩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에서 특검법 개정안의 ‘국회의장 직권상정’ 카드가 불발됨에 따라 특검팀 수사 연장의 가능성은 더욱 작아졌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여야 합의가 없으면 직권상정을 하지 못한다고 못 박았다.

현일훈·정진우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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