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SCO 동맹, 리눅스 확산 저지「효력 발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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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눅스를 도입하려는 기업의 IT 담당자들은 계획을 그대로 진행하면서도 한편으로 SCO와 IBM의 법정분쟁 상황을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리눅스는 기능이 향상되고 비용절감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난 몇 년간 서버 분야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져왔다. 하지만 최근 SCO, IBM의 법정 분쟁이 불거지면서 이 같은 리눅스의 상승세도 한풀 꺾일 위험에 처했다. SCO의 위협이 먹혀든다면 기업의 IT 담당자들이 리눅스를 꺼리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주 MS가 SCO 진영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이 같은 우려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미 일부 IT 리서치분야 전문가들은 기업들에게 리눅스 도입에 관해 보다 신중을 기하라고 경고하고 있다. 가트너는 지난주 발표한 보고서에서 “SCO의 주장에 대한 법정 판결이 확실히 가려질 때 까지는 복잡하고 중요한 업무에는 리눅스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 가트너는 “기업 IT 담당자들은 회사 법무팀의 조언을 구해야 한다”며 “사용중인 리눅스 소스코드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부지런히 살펴보라”고 권했다.

SCO는 지난 3월 유닉스 기술을 리눅스에 무단 도용했다며 IBM을 고소했다. IDC에 따르면 리눅스는 현재 기업 서버의 27%를 차지하고 있으며 웹서버의 경우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처음 SCO가 IBM을 상대로 보상금 10억달러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을 때 오픈소스 진영은 코웃음을 쳤다. 그들은 이 소송을 ‘재정 적자와 매출 감소로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는 한 기업의 마지막 발악’ 정도로 치부했다.

한편 리눅스가 윈도우를 대체할 수 있는 운영체제로 급부상하면서 MS에서도 리눅스를 중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작년 빌 게이츠 회장은 “MS의 최대 강적은 IBM과 리눅스”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해 225명의 CIO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29%가 리눅스 서버를 보유 중이라고 응답했으며 이중 3분의 1이 윈도우를 리눅스로 대체한 경우였다.

소송으로 리눅스를 둘러싼 동요를 일으킨 SCO는 얼마전 1500개 기업에 ‘리눅스를 사용하면 법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는 등 동요를 더욱 확산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SCO의 경고문을 받은 기업들은 이를 무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오레곤주 포트랜드에 소재한 파월즈 서점에서 웹 관련 업무를 맡고있는 대린 세넷은 SCO의 경고장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일축했다. 그는 “물론 법정에서 불법으로 확정한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이런 경고장 하나로 시스템을 통째로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즈 서점은 7개의 매장에서 400여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으며 12개 서버에서 리눅스를 사용하고 있다.

한편 일부 IT 담당자들은 리눅스를 계속 운용하면서도 한편으로 법적 자문을 구하고 경영진과 활발하게 논의하는 등 신중을 기하고 있다.

뉴저지의 벌링턴 코트 공장 CIO 마이크 프린스는 “상황을 유심히 주시하고 있으며 어떠한 지적재산권도 침해하지 않았다는 점을 확실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SCO도 침해한 부분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프린스는 또 “SCO 소송에 관해 변호사들과 이메일 상담을 했다”면서 “올해 말까지 벌링턴이 사용하는 4000대의 시스템에 리눅스 배치를 확대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 전역에 3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벌링턴은 지난 2000년부터 리눅스 데스크톱과 POS를 매장에 도입했으며 현재는 본사 데이터 센터에도 리눅스 서버를 채택하고 있다.

펜실베니아 리딩의 소매 체인점인 보스코프 백화점 CIO 해리 라버츠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리눅스는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리눅스를 사용중인 CIO들은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수집해 반드시 법률 자문을 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편 일부 업체들은 IBM이 유닉스의 어떤 부분을 도용했는지 SCO가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 전까지는 별로 할 일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SCO는 “법정에서 비밀 동의서에 서명할 수 있는, 믿을만한 제3자를 통해 자세한 내용을 밝힐 계획”이라고 전했다.

위스콘신의 포장업체 메나샤 CIO 에드 워쇼스키는 이번 문제를 심각히 받아들이냐는 질문에 “문제가 심각한지 여부도 아직은 알 수 없다. 여러가지 주장은 들었지만 그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문서나 증거는 본적이 없다. 구체적인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는 어떻게 해야할지 알 수 없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SCO는 자사의 유닉스 지적재산권 보호하에 있는 내용을 리눅스가 가져다 썼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고있다. SCO와 MS가 연합해 오픈소스를 말살하려는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이처럼 뭔가를 감추는 듯한 SCO와 SCO의 주장을 밀어주는 MS의 행동에 분개하고 있다.

프린스는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SCO의 소송 직후 MS가 나서서 SCO로부터 라이선스를 취득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는 윈도우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리눅스에 타격을 입히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두 회사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음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MS는 SCO 기술 라이선스에 대해 “SCO측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라며 “지적재산권을 존중하고 IT업계에 라이선싱을 통한 건전한 지적재산권의 교환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해명한바 있다.

SCO와 MS의 행보는 이미 리눅스를 도입한 기업들보다는 현재 리눅스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상당한 혼란을 주고있다. 기업의 IT 담당자들은 이번 소송으로 인해 발생할 FUD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개발 및 도입을 방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프린스는 “이번 사태로 리눅스 도입을 보류하고 있는 업체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리눅스를 사용 중이지만 만일 리눅스를 처음으로 도입하려는 상황이라면 SCO의 소송으로 도입을 포기하거나 보류했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ZDNet Kore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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