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시장 '큰손' 중국 … 19개국 유전 확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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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 볼리비아 가스전 공동개발 방안 논의(9일)… 인도 석유장관, '유전.천연가스 협력증진에 관한 비망록' 체결(13일)… 사우디아라비아 압둘라 국왕, 에너지 협력에 관한 포괄협정 체결(23일).

1월 중국의 심장인 베이징에서 일어난 중국과 외국 지도자의 만남이다. 새해 벽두부터 세계 각국의 정상과 고위 관료들이 베이징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들이 중국에 풀어놓은 보따리의 공통점은 '에너지'다. 2002년에 일본을 제치고 세계 제2의 석유 소비국이 된 중국을 빼놓고 에너지를 논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석유뿐 아니다. 중국은 세계 자원 시장에서 '큰손'이 됐다. 석유.천연가스.철광석 등 탐사단계에 있는 국내외 유전과 광산에 문어발처럼 손을 뻗치고 있다. 중국은 연 9% 이상의 빠른 경제성장으로 원자재 수요가 급속도로 늘면서 자원을 확보하지 않으면 성장이 정체되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의 석유수입 의존도는 2004년 45.26%였으나 2030년에는 82.50%로 올라갈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픽 참조>

이 때문에 중국은 안으로는 가능한 모든 자원을 개발하고, 밖으로는 자원 개발권을 사들이는 방법으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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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막으로 … 해저로=중국 정부는 1990년대 초부터 '시치동수(西氣東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황무지나 다름없는 서부 신장위구르자치구 등의 석유.가스를 개발해 동쪽으로 수송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서부에서 동부로 4000㎞의 파이프라인을 깔았다. 지난해부터는 신장 타리무(塔里木) 분지의 천연가스를 10개의 성.자치구.직할시를 거쳐 상하이(上海) 일대로 공급하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도 1만㎞ 이상의 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해 2015년까지 전국적인 가스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바다 밑 천연자원 개발에도 나섰다. 일본과 분쟁까지 불사하며 동중국해의 춘샤오 유전을 개발하고, 발해만 지역에서도 원유.천연가스 탐사를 벌여 중국 최대의 해상유전을 발견했다. 이에 중국 해양석유 생산량은 앞으로 연평균 15%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 자원 찾아 지구 끝까지=중국은 자원이 있는 곳이라면 지구 끝까지라도 달려갈 태세다. 중국 국영 석유회사인 중국해양석유(CNOOC)는 최근 22억7000만 달러를 투자해 나이지리아 악포 유전 지분 45%를 사들였다. 또 다른 국영석유회사인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는 지난해 8월 카자흐스탄 3위의 석유업체 페트로카자흐스탄을 인수했다. CNPC는 이어 카자흐스탄.베네수엘라.수단.알제리.이라크.이란.인도네시아 등에서 석유 채굴권을 확보했다.

중국석유화공집단공사(SINOPEC)도 이란에서 향후 30년간 2억5000만t의 액화천연가스(LNG)를 공급받기로 했다. CNOOC는 호주 천연가스 개발권 지분을 사들이기도 했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중국은 석유 순수입국으로 돌아선 1993년 이후 해외자원개발에 본격적으로 진출해 현재 19개국에서 34건의 해외자산을 매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8월 페트로카자흐스탄의 지분을 매입한 것은 그해 세계 유전 인수 사례 중 셋째로 큰 규모"라며 "중국은 금액에 구애받지 않고 공격적인 투자를 펼쳐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별취재팀 : 팀장=양선희 차장(경제부문), 미국=권혁주.서경호 기자, 중국=최준호 기자,

유럽.카자흐스탄=윤창희 기자(이상 경제부문), 호주=최지영 기자(국제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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