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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행동 만능주의 -안되는 일과 되는 일의 분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가뜩이나 세상이 어수선한 중에 모든 문제를 「다중의 위력」을 빌어 해결하려는 풍조가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
엊그제도 서울 어느 시장 상인 1백50여명이 점포주인집을 찾아가 임대료를 절반으로 깎아달라며 대문을 부수는가 하면 또 어떤 상인들은 악덕지주 나오라고 고함을 지르고 겁에 질린 점포주로부터 임대료 인하각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이같은 사례는 비단 상인뿐만아니라 요즘 사회 도처에서 일고 있다. 어떤 경우는 이보다 더 심한 요구나 행동도 자행되고 있는 모양이다.
여러사람이 무리를 지어 협박을 하거나 폭행 또는 기물을 부수는 행위는 두말할 것도 없이 군집범죄에 해당한다.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는 말할 것도 없고 사회공동생활상의 안전과 평온을 위태롭게해 사회와 국가의 법(국까지도 침해하는 해악을 끼친다.
이같은 엄연한 범죄행의가 스스럼 없이 행해지는 것도 문제이지만 행위 당사자들이 죄의식을 갖기는 커녕 도리어 정당한 행위쯤으로 착각하고 있으며 또 그러한 행동이 먹혀들고 있다는게 더 큰 문제다.
이는 두말할 필요없이 법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탓도 있고 집단행동이 오래전부터 만능의 신통력을 발휘해온 데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관청만 하더라도 한두사람이 찾아가 진정을 하고 통사정을 해보았자 거들떠 보지도 않다가 집단농성이다 과격한 행동이 빚어지면 법과 행정관행까지도 뛰어 넘어 부랴부랴 해결되는 나쁜 폐습을 왕왕 보아왔다.
법과 행정 내규나 관행에 어긋나면 누가 뭐라해도 안되는 것은 안되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이 법치주의고 정상적인 민주국가의 룰이다. 또 실정법을 어긴 집단행동은 가급적 절차에 따라 공정한 법의 제재나 심판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연한 룰이 지금까지 지켜지지 않았다. 물론 주민들의 요구나 진정이 국가공익이나 사회 통념상 합당하고 조정할여지가 있는 재량권에 속하는 사항이라면 진지한 태도와 성의있는 대화로 순리로 해결해 주어야한다.
이처럼 대화와 타협을 통한 민주적 해결방식은 비단 관청뿐 아니라 사업장이나 시장 상인들의 분규에서도 다같이 적용되고 존중되어야 할 수단이다. 이같은 민주적해결 방식이 전통을 쌓고 관행화 되었던들 오늘처럼 집단행동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무기로 사용하는 악습은 번지지 않았을 것이다.
당국은 문제의 상인들을 구속하고 노사분규의 극렬행위에 대해서도 늦게나마 공권력을 발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불행한 사태가 일어나기전에 서로의 주장과 요구를 경청하고 양보해 순리로 해결할수 없었는지 안타깝다. 집단의 위력과 과격한 행동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려한 측은 말할것도 없고 업주들도 지금까지 무성의와 무관심으로 일관하지 않았나를 다같이 반성하고 자세를 새로이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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