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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소니 차량 잡은 시민…"상금은 유족 위해 써달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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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한 장면 같은 추격전이었다. 16일 새벽 5시12분, 서울 강남역 사거리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아우디 차주 이원희(32)씨와 포르테 차주 유제한(27)씨는 맞은편의 사고 장면을 목격했다. 재규어 한 대가 신호를 위반하고 직진하다가 좌회전하던 오토바이를 친 것이다. 오토바이 운전자 이모(48)씨가 도로에 나뒹굴었지만 재규어는 그대로 달아났다. 이씨는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숨졌다.

“빵빵!”

재규어 한 대를 아우디와 포르테가 뒤쫓기 시작했다. 먼저 아우디가 재규어 옆에 따라 붙었다. 재규어는 불법 유턴하면서 아우디 앞 부분을 차 왼쪽 면으로 쳤다. 포르테도 경적을 울리면서 쫓아왔다. 세 차는 강남역 사거리→서초로→방배로→경남아파트 사거리→남부순환로까지 총 14㎞를 달렸다. 난폭한 운전이었다. 재규어는 도망치는 동안 중앙선을 넘고 신호를 무시하는 등 교통법규를 총 26회 위반했다.

14분간 이어진 추격전은 방배동 래미안 아트힐 삼거리에서 끝났다. 포르테가 재규어 왼쪽, 아우디가 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오른쪽을 막았다. 재규어는 옴짝달싹 못하는 신세가 됐다. 재규어에서 내린 피의자 곽모(25)씨는 혈중알콜농도 0.159% 상태였다. 면허 취소 기준이 0.1%다.

서울경찰청은 뺑소니 범인을 잡는데 공을 세운 이원희씨와 유제한씨에게 ‘검거시민 표창장’을 수여하고 1인당 보상금 100만원을 지급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원희씨는 보상금을 피해자 가족에게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윤재영 기자 yun.jae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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