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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산천어" 화천 100만 명 대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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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산천어축제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얼음 낚시를 하고 있다. 이찬호 기자

"야! 잡았다." 20일 오전 강원도 화천읍 산천어축제장 얼음 낚시터. 가족과 함께 낚시터를 찾은 강명숙(48.여.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씨는 25㎝가량의 산천어를 낚아올리면서 흥에 겨워 환호성을 질렀다. 남편(50)과 아들(15)도 잇따라 한 마리씩 잡았다. 옆에서 낚시하던 관광객들은 고기가 올라올 때마다 강씨 가족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강씨는 "물속에서 산천어가 왔다갔다 하는 것을 볼 수 있고 고기도 커 정말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날 화천 산천어축제장 2만여 평의 얼음 낚시터는 겨울 낚시를 즐기는 아마추어 강태공들로 북적거렸다. 40㎝ 두께의 얼음을 지름 20㎝ 크기로 뚫은 1만여 개의 구멍 앞에서 관광객들이 산천어와 씨름하고 있었다. 추위를 이기면서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에서 물고기를 보기 위해 스티로폼을 깔고 얼음판에 엎드린 사람들도 많았다. 이들은 견지낚싯대에 금속으로 만든 가짜 먹이를 달고 산천어를 유혹했다.

산천어 축제로 인구 2만3700명의 조용한 시골마을 화천이 북적이고 있다. 요즘 화천을 찾는 외지인은 하루 평균 3만여 명. 14일에는 9만9000여 명이 산천어축제장을 찾았다. 7일 축제 개막 후 19일까지 60만여 명이 다녀갔다. 이 같은 추세라면 축제가 끝나는 이달 30일에는 1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화천군은 내다보고 있다. 산천어축제가 열리기 전 화천 지역 관광객은 연간 8만여 명이었다. 낚시꾼과 군 장병 면회객이 대부분이었다.

산천어 덕분에 화천 경제도 활기를 띠고 있다. 낚시점.수퍼마켓.음식점 등 상가가 반짝 호황을 누리고 있다. 얼음 낚시터에서 낚시점을 운영하는 오충교(44)씨는 "하루 40여만원의 매상을 올리고 있다"며 "예전에는 겨울철 수입이 거의 없었지만 축제기간에 순이익이 500만 원을 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축제 공식 식당인 부안식당은 평일 250여 명, 주말 500여 명 등 손님이 평소보다 세 배 이상 많다.

1800여 실 규모의 여관.민박 등 숙박업소도 주말에는 빈 방이 없다. 지난해 4가구(10실)가 민박을 운영했던 상서면 신풍리는 올해 민박집이 8가구(22실)로 늘었다. 장옥순(42)씨는 "놀리는 방을 이용해 축제기간에 200여만 원의 소득을 올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농산물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주말 1만원, 평일 5000원의 낚시터 입장료를 내고 5000원 상당의 '농촌사랑나눔권'을 받은 관광객이 감자.버섯.무말랭이 등을 구입하기 때문이다. 한국농업경영인협회 화천연합회장 송승문씨는 "지난해에는 모두 1000여만원어치의 농산물을 팔았으나 농촌사랑나눔권 도입으로 올해는 하루에 1500만원어치를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천군이 산천어 축제를 시작한 것은 2003년. 산천어가 깨끗한 물에 살아 청정 이미지의 화천과 맞아 떨어진 데다 상서면 구운리에 시험 방류했던 산천어가 잘 적응해 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갑철 화천 군수는 "지역경제 활성화뿐만 아니라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군민이 늘어나는 것이 더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화천=이찬호 기자

◆ 산천어=연어목 연어과의 물고기로 옆구리는 담적갈색, 등 쪽은 짙은 청색이며, 옆구리의 옆줄 부분에 연분홍 띠와 작은 13개의 타원형 반점이 있다. 바다로 나갔다가 계곡으로 돌아오면 송어이고, 계곡에 정착하면 산천어라는 설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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