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북한 화가들 베이징 국제미술제 휩쓸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북한미술가 신동훈씨(右)가 평양 모란봉에 있는 만수대 창작사의 작업실을 찾아가 선우영(左).정창모씨(中)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북쪽 화가들 솜씨야 내 눈으로 봐왔으니까 믿을 수 있었지만 중국 미술계가 북의 조선화를 그렇게 높이 평가하고 있는 줄은 몰랐어요. 이번에 확인한 셈이죠."

조선미술협회 신동훈(57)회장은 본인이 상을 탄 듯이 기뻐했다. 10일부터 17일까지 평양을 다녀온 그는 만수대 창작사 조선화 창작단에 들렀다가 정창모(75).선우영(60) 두 화가가 지난해 10월 중국에서 열린 '제8차 베이징 국제미술제'에서 나란히 금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중국 각 성에서 뽑혀 올라온 수천 명의 화가와 미국.프랑스 등 20여 개 나라에서 온 미술인 300여 명이 출품한 1만여 점 가운데 최고상을 차지했으니 북쪽 화단의 경사라 할 수 있다. 최근 세계 미술계에서 실력을 인정받으며 돌풍을 일으킨 중국 미술계가 자랑하는 베이징국제미술제에서의 수상이라 더 값지다는 것이다.

"미술제 심사위원들의 심사평을 보니 조선화가 현대적 미감에 맞는 채색과 원숙한 기교, 뛰어난 붓다룸새, 힘있고 재치있는 필치로 관람객의 호평을 받았다고 돼있더군요. 두 화가도 국제 무대에서 인정받았다는 사실에 고무된 것 같았어요."

신씨는 미국 워싱턴에서 새스코 화랑을 운영하며 1년에 몇 차례씩 북한을 드나드는 북한미술 전문가다. 20여 년 동안 발품을 팔며 북측 관계자의 신뢰를 쌓아온 그는 "미술로 남과 북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금상을 받은 정창모씨와 선우영씨의 2인전을 연내에 서울에서 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북측과 협의도 거의 끝난 상태란다. 신씨는 "두 화가와 평양의 한 노래방에서 수상 자축 노래자랑 기회를 가졌었는데 남쪽 대중음악이 수십 곡 들어 있어 놀라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재숙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