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운 핀란드…월 70만원 기본 소득 지급 시범 실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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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가 세계 최초로 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제를 시범 실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핀란드 사회보장국(KELA)은 지난 1일부터 실업 수당을 받는 이들 중 무작위로 선발한 2000명에게 기본소득 월 560유로(약 70만원)를 지급했다.

핀란드 정부는 2년 동안 이 같이 기본소득을 시범 지급한 뒤 국가 정책으로 세워 점차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 기본소득에는 어떤 제한도 조건도 없다. 일단 대상자로 선정된 사람은 무슨 용도로 지출했는지 보고할 의무가 없고, 직장을 구하게 되더라도 약속된 2년 동안 돈을 계속 지급받을 수 있다.

기본소득제는 말 그대로 누구에게나 동일한 금액의 최소 생활비를 지급하는 제도다. 빈곤층에만 지원하는 ‘선별적 복지’와 다른 ‘보편적 복지’다. 미국 알래스카주에서 1982년부터 6개월 이상 거주한 주민에게 석유에서 나오는 수입을 배당금 형태로 배분하고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 실시하겠다고 나선 것은 핀란드가 처음이다.

핀란드가 이같은 실험에 나선 것은 최근 실업률이 8%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복지 체계가 잘 갖춰진 핀란드에서는 복지에 의존해 저임금으로 일하거나 임시직을 기피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핀란드 사회보장국은 “기본소득이 보장되면 창업 등에 적극 나서며 경제활동에 뛰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대상자들이 다른 일자리를 찾을지 아니면 더 게을러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핀란드의 실험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포브스는 “많은 경제학자가 핀란드의 실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고 전했다. 인공지능(AI)으로 인간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을 타개할 방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스위스에서 핀란드와 유사한 기본소득법안이 국민투표에 부쳤으나 부결됐다. 스위스는 ‘모든 성인에게 월 2500스위스프랑(약 294만원), 어린이에게 625스위스프랑(약 73만원)을 기본소득으로 준다’는 안을 추진했다.

기본소득제는 16세기 영국 인문주의자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에서 나온 개념으로 1970~80년대 사회운동으로 확대됐다. 찬성론자들은 이 제도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고 선별 복지를 위해 들어가는 행정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무인화ㆍ자동화가 급속히 진행되며 인간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어 ‘유일한 대안’이라고까지 말한다.

그러나 ‘일을 하지 않아도 돈을 받으면 누가 일을 하겠느냐’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게 될 것’이라는 반대론자들의 반론 또한 만만치 않다. 누가 이 비용을 댈 것인가 하는 문제도 크다.
기본소득제는 다른 나라에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프랑스 상원은 시범 실시를 승인했고, 캐나다와 네덜란드에서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네덜란드는 연내에 19개 지방정부에서 개인 월 972유로(약 122만원), 부부 1398유로(약 176만원)를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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