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다 “일본경제 순풍 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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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다 하루히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의 자신감이 부쩍 커졌다. 미국발 달러 강세에 따른 엔화 약세로 수출이 살아난 것이 핵심 배경이다.

엔화 약세로 수출 살아나 자신감
“내년 디플레 탈피 향해 큰 발걸음”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26일 경제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 강연에서 “올해는 기업과 BOJ에 힘든 한 해였지만 일본에 불던 역풍은 훈풍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2017년은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 탈피를 향해 크게 발걸음을 내딛는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가 하락이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지만 일본 경제는 물가가 계속 하락하는 것을 의미하는 디플레이션에서는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불과 한 달여 전인 지난 11월, 일본 정부의 목표인 ‘물가상승률 2%’ 달성 시기를 2017년도에서 2018년도로 늦추며 디플레 탈출에 힘겨워할 때와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구로다 총재는 이날 ‘세계 경제의 새로운 위상과 일본 경제의 과제’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최근 선진국 제조업이 회복되고 신흥국도 제조업 체감 경기가 확실히 개선되고 있다”면서 “일본 경제 역시 이 같은 분위기를 타는 ‘순풍’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도한 엔고(엔화가치 상승)가 상당 부분 조정됐으며 주가도 크게 상승했다”며 이를 정책 추진의 성과로 풀이했다.

BOJ는 2013년부터 국채를 매입해 돈풀기를 하는 동시에 지난 9월에는 이른바 ‘장·단기 금리차이 관리’라는 새로운 정책을 내놓았다. 올해부터 기준 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린 가운데 장기 금리, 즉 국채 10년물 금리를 0% 수준으로 끌어올려 유지하는 것이다. BOJ의 조종으로 장·단기 금리 차가 확대되면 예대마진으로 먹고사는 금융기관들의 수익성이 높아질 수 있다.

구로다 총재는 “새로운 정책목표를 적절히 추진함으로써 BOJ는 글로벌 경제 회복 모멘텀의 혜택을 받아 일본 경제 성장세를 가속화할 힘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두 번 다시 디플레이션으로 가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번 완화책으로 연 2%의 물가상승률을 꼭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무역수지는 엔화 약세와 대 중국 수출 호조에 힘입어 9~11월 3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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