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새 40편…"외화 수입전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외국영화가 너무 많이 몰려들고 있다. 각 영화사들이 너도나도 외화수입에 열을 올리는 바람에 초여름의 영화계는 마치 「외화수입 전쟁」이라도 벌어진듯 하다.
올들어 지금까지 반년도 채 못돼 각 영화사들이 한국공연윤리위원회에 수입신청한 외화는 무려 1백편이 넘는다.
85년에 수입된 외화가 30편, 지난해 51편에 비하면 그 열기를 짐작할만하다. 여름철 대목을 앞두고 최근 한달동안 무더기로 수입 신청된 외화도 40편이 넘는다.
12일 현재 공륜의 수입심의를 통과해 이미 수입된 외화는 34편. 여기에 쓰인 외화만도 5백20만달러나 돼 이미 지난해의 수준을 넘어섰다.
수입외화 가운데는 편당 값이 30만달러가 넘는 비싼 외화가 수두룩하다. 『백 투 더 퓨처』50만달러, 『오버 더 톱』49만7천달러, 『코브라』37만3천달러등. 모두 이번 여름철 대목에 개봉될 영화들이다.
영화사들이 이처럼 경쟁적으로 외화를 들여오려고 하는 것은 아직까지도 『잘만 잡으면 큰 돈을 벌수 있다』는 꿈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연간 수입 외화가 20여편으로 한정되어 있던 85년말까지만 해도 웬만한 외화를 들여오면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수입외화 편수제한이 풀렸기 때문에 그같은 가능성은 크게 희박해 졌다.
이미 올해 개봉된 외화 20여편 가운데 상당수가 흥행에 참패, 큰 손해를 보았다.
지난 4월 개봉됐던 『레 미제라블』은 서울개봉관에서 관객이 고작 2만7천명밖에 들지 않아 외화흥행사상 신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이 바람에 몇몇 영화사들은 도산위기를 겪었고 지방의 배금업자들은 부도사태가 속출하는등 영화계가 크게 뒤흔들렸다.
지난해까지만해도 지방업자들에게 선금받고 팔리던 외화가 이제는 웬만한 것은 거들떠 보지도 않게 됐다.
한국영화는 아예 만들 생각도 않고 외화에만 눈독 들이는 영화사들도 적지 않다. 지난해에는 60개영화사중 20여개 영화사가 한국영화는 1편도 제작하지 않고 외화만 들여 왔었다.
이처럼 많은 외화가 몰리다 보니 상영할 극장을 잡지못해 창고에서 낮잠자는 외화도 적지 않다. 좋은 외화를 확보하고 배짱퉁기던 영화사들이 이제는 극장측에 애걸하는 형편이 됐다.
이같은 외화러시 현상은 오는 7월 이후 미국영화사들이 직접 국내에서 흥행하게 되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영화관계자들은 『외화시장개방에 뒤 따라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과도기에 들어선 것』이라고 풀이하고 『이같은 혼란이 당분간 계속되면서 상당수의 군소영화사들이 시장원리에 의해 도태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창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