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대출 급증…지난달 2조나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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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자영업자 오창훈(가명·28)씨는 5년 전 은행에서 2억원을 대출받고 퇴직금을 보태 프랜차이즈 카페를 열었다. 목 좋은 곳에 위치해 수입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2년 전 본사에서 가게 인테리어 재단장을 요구했다. 또 대출을 받아 사업을 이어 갔지만 그사이 경쟁 카페가 우후죽순 들어섰다. 매출이 반 토막 나면서 오씨는 결국 빚만 떠안고 얼마 전 사업을 접었다.

자영업자들이 빚의 악순환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빚 부담이 가중되는 주된 이유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2배에 이를 정도로 높은 자영업자 비율 때문이다. 국내 일자리가 크게 감소하면서 많은 이가 한꺼번에 자영업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한국갤럽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채를 빌리는 가장 큰 이유(48.8%·복수 응답)가 자영업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42.9%(1위)였던 ‘사업자금 대출’이 1년 만에 10%포인트 이상 크게 뛴 것이다.

사업자 비율 OECD 평균의 2배
과당경쟁에 빚만 떠안고 폐업 많아

자영업자들의 최근 대출도 급증세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개인사업자 대출은 전달보다 2조3000억원이나 늘었다.

자영업자들은 처음엔 사업자금을 확보하려고 은행에 손을 벌린다. 하지만 대출금을 갚을 만하면 또다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또 음식점 등 창업이 쉬운 업종으로 몰리다 보니 과당 경쟁으로 수익이 낮아지고 폐업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결국 이들은 열심히 일해도 ‘부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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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토대로 부채위험군(한계가구·부실위험가구)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3월 기준 자영업자의 27.7%가 빚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사업자금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개인사업자 대출로 잡히지 않아 실제 자영업자 대출은 더 많을 것”이라며 “경기 회복을 위해서라도 이들의 대출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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