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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소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하기도 싫은 보충수업만 자꾸 받으라 그러구, 머리도 못기르게 하구….』
『운동장 하나 없어 운동도 제대로 못하는 주제에 학교밖에 나가 점심을 먹었기로 때릴 수 있어요?』
10여명의 학생들이 경찰관 앞에서 자신이 다니는 학교와 선생님을 비난한다.
12일 하오6시 서울강남경찰서 소년계.
대치동에 있는 D실업학교 1, 2학년 학생들인 이들은 이날 하오 2시30분부터 15분동안 교실에서 의자를 집어던져 유리창을 깨며 난동을 부렸다가 출동한 경찰에 연행됐다. 『화장실에서 「오늘 데모한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1학년1반 교실에서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가 들리면 이를 신호로 일제히 의자를 집어 던지라고 「까치머리」가 반마다 돌며 얘기했어요.』
발단은 이날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싸오지 않은 이모군(16) 등 1, 2학년생 15명이 점심을 먹으러 무단 외출했다가 들어오는 것을 생활지도담당 고모교사가 불러 세워 손바닥을 2대씩 때리는 체벌을 가한데서 비롯됐다.
이에 불만을 품은 학생들이 5교시가 끝나자 의자를 집어던지고 한바탕 소동을 피웠다. 『조서를 꾸미면서 보니까 「특기는 당구, 취미는 디스코」라는 애들이 많아요. 학교에 대한 애착도, 선생님에 대한 존경도 도무지 없고 잘못했다는 뉘우침도 전혀 없으니….』
조서작성을 끝낸 담당경찰관은 한숨을 쉬었지만 학생들은 하오 늦게 학교에 인계됐다. 『학교재정상 충분한 시설을 갖춰주지 못해 안타까운 점이 많긴 하지만 최선을 다해 가르쳐왔다고 자부했는데 교직이 너무 초라한 느낌입니다』 제자들을 인솔해 나가는 신모교사 (28)의 두 어깨가 너무도 무거워 보였다. <안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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