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京회담처럼 쉽게 안 깨질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1면

북한의 6자회담 수용의사를 발표하자 미국의 언론.전문가들은 일제히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해석과 전망은 제각각이다. 과거 클린턴 행정부 때의 대북정책 담당자들을 비롯한 온건파들은 "외교적 노력의 결과다.

역시 북핵 문제는 대화로 풀 수밖에 없다"고 보지만, 현재 부시 행정부 내 강경파들은 그동안 미국이 보여준 정책들, 북한과의 양자회담 거부, 경제제재 및 해상봉쇄 위협,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정계획, 주한미군 재배치, 중국을 통한 지속적인 압력에 북한이 마침내 굴복한 것으로 판단한다.

미국 언론들은 1일자 지면을 통해 "북한은 각종 약속을 저버리는 못 믿을 상대라 성급한 기대는 금물"이라는 점을 부각하면서 "6자회담에서 미국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국무.국방부 내 강온파들의 입장도 크게 나눠져 있다"고 보도했다.

데이비드 스타인버그 조지타운대 교수는 "주변의 이해 당사국 모두가 참여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회담이 오래 끌기는 하겠지만 베이징(北京)회담처럼 쉽게 결렬되지는 않을 것이며, 협상이 어렵기는 하겠지만 제대로 이뤄질 경우 단순히 북핵 문제를 떠나 북한과 관련한 동북아지역의 정치.경제 이슈를 포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라고 전망했다.

수전 셔크 캘리포니아주립대(샌디에이고)교수는 "북한 핵 문제는 북.미 간의 힘겨루기를 떠나 결국 다자회담이 문제해결의 적합한 형태였다"며 "하지만 매년 북한을 포함한 한.미.일.중.러 6개국의 전문가회의를 개최해온 경험으로 볼 때 회담의 성패는 사전 의제를 얼마나 잘 조율하고 누가 적극적인 중재역할을 맡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폐기 조건으로 주장해온 북.미 간 불가침협정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일방적 희망사항에 불과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미국이 아무리 온건한 입장을 선택한다 해도 북한 체제의 보장은 일종의 합의서 형태일 수밖에 없고, 외교정상화.경제지원 등은 북한이 모든 약속을 이행함과 동시에 북한 내 인권 등에서 전향적인 입장을 보일 때나 가능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협상이 성공하려면 북한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그동안의 강공 일변도에서 벗어나 보다 진취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며 "그러지 못할 경우 다자회담이라도 성과 없이 초기에 바로 끝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자회담에 대해 회의적 입장도 이어졌다. 래릭 닉시 의회조사국 선임연구원은 "'적에게 목매달 만큼의 밧줄만 주고 기다리라'는 카우보이 속담이 현재 부시 행정부를 말해준다.

대화에는 응하지만 북한이 조금이라도 삐딱하면 회담은 깨질 것이며, 이는 북한에 대한 한층 강화된 고립.봉쇄정책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종혁.이효준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