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훈9단, '일본 알파고' 와 1승1패, 승패 원점으로

중앙일보

입력

일본 바둑계에서 활약 중인 조치훈 9단(60)이 일본 인공지능(AI)과의 3번 승부에서 1승1패를 기록했다. 조 9단은 20일 도쿄 시내의 한 호텔에서 열린 바둑 소프트웨어 ‘딥 젠 고’(Deep Zen Go)와의 2국에서 179수만에 불계패했다.

19일의 1국에선 조 9단이 223수만에 불계승한 바 있다. 3국은 23일 치러진다. 일본에서 핸디캡 없이 AI와 프로 바둑기사가 대국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딥 젠 고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도쿄대 연구자 등이 한국의 이세돌 9단을 꺾었던 구글의 알파고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알파고와 마찬가지로 스스로 학습하는 딥 러닝(Deep Learning) 기능을 갖추고 있다. 조 9단은 일본 역대 최다 타이틀(74개) 보유자로 기성ㆍ명인ㆍ본인방의 3대 기전을 동시에 보유하는 ‘대(大)3관’을 3년 연속 달성한 바 있다.

2국은 1국과 달리 딥 젠 고가 초반부터 두텁게 두다가 강수로 조 9단의 대마를 잡고 승리했다. 조 9단은 대국 후 “너무 이기려고 했던 점이 있었다. 진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정말로 사람과 바둑을 두는 기분을 준다. 제 3국을 둘 수 있어 아주 좋다”고 NHK에 소감을 밝혔다. 딥 젠 고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가토 히데키(加藤英樹)는 “감개무량하다. 오늘 소프트웨어의 사고 시간을 1국보다 1.6배 늘려 설정한 것이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최종국까지 소프트웨어의 개량을 거듭하겠다”고 말했다.

1국에서는 딥 젠 고가 우세한 가운데 진행됐지만 종반에 의문의 수가 잇따르면서 조 9단이 역전하는 데 성공했다. 한일 양국 바둑계의 전설인 조 9단은 1968년 일본기원 사상 최연소인 11세 9개월에 입단한 뒤 일본에서 주로 활동해왔다. 지난 3월 인간 대 AI의 세기 대국으로 주목을 받으며 열렸던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에서는 이세돌 9단이 1승 4패로 알파고에 패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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