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기업 털어먹기 사냥에 알짜회사들도 부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몇년 전만 해도 현금 보유액이 1백85억원에 이르는 우량 컴퓨터부품업체였던 U사. 그러나 2001년 2월 白모(44.구속)씨가 회사를 인수하면서 부실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사채를 빌려 회사를 사들인 白씨는 회사 돈 1백80억원을 빼돌린 뒤 全모(수배)씨에게 팔아넘겼다.

全씨도 80억원 상당의 회사 예금을 빼 쓰고 다른 사람에게 회사를 양도했다. 이렇게 몇차례 인수.합병(M&A)을 당하면서 회사는 부도를 맞고 말았다.

이처럼 자기 자본 없이 고리의 사채를 동원, 기업을 인수한 뒤 돈을 빼먹고 되팔아온 '기업 사냥꾼'들이 검찰에 무너기로 적발됐다. 서울지검 금융조사부는 31일 白씨와 崔모.尹모씨 등 전.현직 기업 대표 9명을 횡령 및 배임 등 혐의로 입건, 이중 7명을 구속 기소했다. 또 달아난 4명을 수배했다.

崔씨는 2002년 10월 사채 수십억원을 이용해 동거녀 명의로 주식을 끌어모으는 수법으로 상장기업인 B사의 경영권을 장악한 뒤 회사 현금.어음 1백10억원으로 자신의 빚을 갚는 등 개인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코스닥 기업 E사 대표 尹씨의 경우 2001년 11월 장외기업인 E사의 경영권을 확보한 뒤 다음달 회사 소유의 양도성예금증서(CD) 37억원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21억원을 대출받아 챙겼다는 것이다.

尹씨는 횡령 사실을 숨기기 위해 회사자금으로 CD를 구입한 뒤 이를 담보로 새로운 대출금을 받아 유용하는 지능적인 자금세탁 방식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회사 회계장부에는 현금이 CD로 바뀐 것으로 적혀 있을 뿐 담보대출 사실은 기재돼 있지 않았다. 이밖에 반도체 기계업체 D사는 기업 사냥꾼들에 의해 6개월간 세번 소유권이 바뀌면서 부도가 났다고 검찰은 덧붙였다.

검찰 관계자는 "기업 사냥꾼들이 인수-횡령-매각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폭탄 돌리기'식 M&A를 여러 차례 반복하면서 우량 기업이 부실화하고 일반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보았다"고 설명했다.

전진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