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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파편 맞고도…대한항공 어닝 서프라이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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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대한항공이 청산 수순을 밟고 있는 한진해운 관련 손실을 모두 반영하고도 분기 사상 최대 영업실적을 냈다.

3분기 영업익 35% 늘어 4500억
저유가·환율 덕 사상 최대 실적
부채비율 917%로 상당폭 개선

대한항공은 올해 3분기 잠정실적(별도 기준)이 영업이익 4476억원을 기록했다고 25일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34.9% 증가해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기존 분기 최대 영업 실적은 6년 전인 2010년 3분기에 기록한 4165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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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은 지난 1~3분기 한진해운 사태 수습 과정에서 총 8251억원의 손실을 누적했다. 국내 1위 해운사였던 한진해운은 5조6000억원 규모의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지난 8월31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한진해운은 2006년 말 고 조수호 회장이 지병으로 작고하자 남편의 뒤를 이어 최은영 전 회장이 경영을 맡아왔다. 한진해운은 무리한 용선료 계약과 업황 부진으로 어려움에 빠졌고, 결국 최 전 회장은 지난 2014년 한진해운의 경영권을 시아주버니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넘겼다.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을 떠 안으면서 본 손실을 순차적으로 회계에 반영해왔고, 3분기에 잔여 손실액(3966억원)을 모두 털어냈다. 이로써 한진해운 관련 재무 리스크와 불확실성을 모두 해소했다는 설명이다. 사상 최대 영업이익에 따른 자본 증가로 부채비율은 1109%에서 917%로 떨어졌다.

대한항공 매출액은 영업 호조에 따라 3조568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동기 적자(-5103억원)였던 당기순이익은 4280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한진해운 관련 손실을 모두 털어내면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배경은 저유가와 환율이다. 저유가에 따라 수송 원가 부담이 완화된 것이 좋은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항공은 올해 3분기 유류비에서 지난해 동기보다 약 1300억원 절감한 것으로 보인다. 유류비는 여객기 운송 원가의 40%를 차지한다.

낮은 환율도 한몫했다. 대한항공 측은 “기초 환율이 1172원에서 1096원으로 하락하면서 3분기에 외화환산 이익 6386억원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인한 기저효과와 여름철 성수기 효과가 겹치면서 국제 여객 수송량이 회복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증권가 분석에 따르면 올해 대한항공의 성수기 국제 여객 수송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8% 증가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법정관리 중인 한진해운에 대한 한진 그룹 차원의 추가 지원은 없을 것이고 추가 부채비율 영향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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