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이 던진 개헌, 성사는 국회 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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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통해 자신의 임기 내 헌법 개정을 제안했다. 개헌안 발의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이 할 수 있다. [사진 오종택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개헌 카드를 뽑아 들었다. 박 대통령은 2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오늘부터 개헌을 주장하는 국민과 국회의 요구를 국정 과제로 받아들이고, 개헌을 위한 실무적인 준비를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기 내에 헌법 개정을 완수하기 위해 정부 내에 헌법 개정을 위한 조직을 설치해 국민의 여망을 담은 개헌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임기 내 개헌, 정부 조직 설치
5년 단임제 몸에 맞지 않는 옷”
문재인 “제2 유신헌법 만드나”
나경원 “국회가 논의 주도를”

박 대통령은 “1987년 개정돼 30년간 시행돼 온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 헌법은 과거 민주화 시대엔 적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이 됐다”며 “이제는 1987년 체제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을 새롭게 도약시킬 2017년 체제를 구상하고 만들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지금 개헌안을 의결해야 할 국회의원 대부분이 개헌에 공감하고 있고 국민의 약 70%가 개헌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돼 있다”며 “특정 정치 세력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끌고 갈 수 없는 20대 국회의 여야 구도도 개헌을 논의하기에 좋은 토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은 시정연설 후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개헌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며 “국회 논의 과정을 봐가면서 필요하면 대통령이 헌법개정안 제안권자로서 정부안을 제안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개헌이 성공하려면 주요 정파 간의 합의가 필수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5년차였던 2007년 1월 ‘4년 대통령 중임제’로의 개헌을 제안했지만 당시 한나라당의 거부로 무산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중반(3년차)이었던 2010년 8·15 경축사에서 개헌 논의를 국회에 당부했지만 한나라당 친박계의 반발로 진전을 보지 못했다.

개헌을 하려면 의원 정수의 3분의2(200명)가 찬성해야 한다. 129명의 새누리당 의원들이 전원 찬성하더라도 야권에서 71명 이상의 지지를 확보해야 가능하다.

하지만 야권 주류세력을 이끌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박 대통령에 의한, 박 대통령을 위한 개헌은 절대 있어선 안 된다”며 “정권 연장을 위한 제2의 유신헌법이라도 만들자는 거냐”고 강력 반발했다. 특히 민주당에서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이 “최순실 게이트를 덮으려는 국면전환용”(윤관석 대변인)이란 비판이 나오는 게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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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을 성사시키려면 청와대가 전면에 나서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여당에서도 나왔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이 개헌 논의를 주도해선 국민이 그 의도를 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당 나경원 의원도 “개헌 논의는 여야의 원활한 논의 속에 국회가 특위를 만들어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헌론의 물꼬가 터진 만큼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도 논의해야 한다”(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거나 “분권형 개헌과 행정구역 개편으로 국가와 정치의 틀을 새롭게 바꿔야 한다”(이재오 전 새누리당 의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글=김정하 기자 wormhole@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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