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락·몸짓으로 신명 푼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잠실 석촌호옆 서울놀이마당. 매주 토·일요일 하오4시쯤에는 탈춤등 민속놀이가 끝난 후 한바탕 신명나는 뒤풀이가 벌어진다. 출연자들과 관객이 모두 마당으로 나와 흥겨운 가락에 맞추어 덩실덩실 춤을 춘다. 춤가락은 흥겹다가 매로 격렬해진다.
어깨춤이 차츰 온몸을 놀리는 힘찬 율동으로 변하면서 마당에 나온 사람들의 숨결은 거칠어지고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힌다.
한바탕의 신명이다.
마당에 나온 사람들은 노인도 있고 중년도 있고 주부도 있다. 조그만 어린아이들도 제법 어른들의 흉내를 내며 함께 어울린다. 그러나 가장 신명나게 춤을 추는 패들은 역시 젊은이들이다.
마당판이 좁은듯이 흥겨운 율동에 온몸을 맡기는 젊은이들. 언제부터인가 이들 젊은이들은 우리의 전통적인 몸짓과 가락을 사랑하고 그것을 익혀 몸속에 조상의 정서를 담으려하고 있다.
60년대에 그 싹을 보이고 70년대에 들어 젊은이들을 몰입하게 한 전통민속놀이 예술은 이제 젊은이들 사이에 널리 퍼져나가 자리잡고 있다. 그들이 사랑하는 것은 끈질기게 이어져온 서민들의 정서· 해학·풍자다.
지난 25일, 봉산탈춤공연이 끝난 후의 서울놀이마당. 한바탕 뒤풀이가 끝난 후 김용태군 (20· 경원대1년) 은 싸늘한 날씨인데도 땀을 흘리고있었다.
『학교의 탈춤서클에 가입하고 있습니다. 탈춤에서 보이는 서민들의 건강한 풍자와 해학이 좋습니다. 최근에는 무허가주택 철거문제를 다룬 풍자극도 했읍니다』
서울놀이마당에서 김군은 전문연희자들의 춤을 보면서 몸짓을 배운다고 말했다.
황미숙양 (22· 회사원)도 놀이마당에 뛰어들었다.
탈춤에 흥미가 있어 강상탈춤가면극보존회회원으로 가입했고 강남삼성동무형문화재전수회관에도 나가 탈춤을 배운다는 황양은 『직장동료들 앞에서 발표회도 가졌다』 고 자랑했다.
우리것이어서 어쩐지 정경고 흥겹다고 탈춤을 배우는 기쁨을 말한다. 황양은 회사동료들이 많이 관심을 보이고 있어 그들과 함께 배워 탈춤그룹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서울놀이마당과 무형문화재전수회관을 맡고 있는 고상열관장은 놀이마당을 찾는 젊은이들이 약 1천명정도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고관장은 현재는 전문가들의 연희를 주로 보여주지만 앞으로 아마추어모임의 요청이 있을 경우 놀이마당을 이들에게 개방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놀이마당은 석촌호의 서울놀이마당을 비롯, 국립극장의 놀이마당, 대학로의 풍류마당등이 있고 지방에 양주산대놀이, 고성오광대놀이등 전수회관이 있는 곳에 마당이 셜치되어있다. 또 대학내에 간이놀이마당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놀이마당은 크게 부족하다.
건축가 김원씨는『자연공간을 갈 이용한다면 2천만원정도의 예산으로 놀이마당을 만들 수 있다』면서 『전통의 계승과 건전한 놀이를 외해지방마다 보다 많은 놀이마당이 만들어져야 한다』 고 24일 중앙국립극장에서 열린「놀이마당 개념정립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밝혔다.
놀이마당이 마당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곳에서 무엇을 담느냐가 중요하다.
젊은이들이 놀이마당에 보다 적극적이지 못한것은 그 때문이다.
이상일씨 (성균관대교수) 는『놀이마당이 마당놀이 정도를 수용하는 놀이마당의 수준이 아니라 새로운 현대의 한국적 연극예술 공간으로서의 놀이마당에 대한 관념이 정립되어야한다』 고 말했다.
놀이마당이 비단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보다 넓은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공연내용이 확대어되야한다.지난해 무용가 이애주씨의 춤패「신」모임이 서울놀이마당에서 공연됐을때 많은 관중들이 열띤 호응을 보였던 것이 한 예가 될 것이다.
지방에서도 놀이마당에 대한 젊은층의 요구는 높아가고 있으나 아직은 전문연희가들과 그들에게서 전문적인 연희를 배우려는 젊은이들의 모습만 보이고 있다. 이들 젊은이들이 그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일이 중요하다.
놀이마당의 놀이내용은 전통일변도여서는 곤란하다. 놀이마당은 놀이정신에 의한 저항의 형식이다. 그것은 현대적 일상성에 대한 거부로서의 전통문화복귀이면서 동시에 그 전통문화의 시대착오적 관념이나 생활대도에 대한 거부이기도 하다. 현대적시민 정신이 발현되고 공감되는 놀이가 펼쳐지는 놀이마당을 젊은이들은 기대하고 있다. <임재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