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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감정의 크기와 계산의 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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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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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강전 1국> ●·커 제 9단 ○·강동윤 9단

12보(130~142)=흑▲로 밀어온 우하귀는 실리로 큰 곳이지만 실리, 그 이상의 감정이랄까, 그런 의미로 강하게 의식되는 곳. 실제 집의 크기나 잠재된 발전성의 가치를 계산하면 좌변 30이 더 크다. 흑▲로 밀어왔을 때 백이 받아준다면 커제는 두말할 것도 없이 좌변으로 날아왔을 것이다. 바둑판 위에 돌이 깔리고 국면이 좁아지면 일류들의 착수 방향과 이후 전개의 추이를 더듬는 수읽기도 비슷해진다.

좌변 30은 우하귀에서 조금 더 당하더라도 좌변은 확실하게 선점하겠다는 의지의 발로. 공연히 흑▲에 손 따라 틀어막다가 좌변까지 흑이 선착하면 모처럼 명랑해진 백의 흐름이 다시 어두워진다. 우하귀 31은 보복성 진입. 막아야 할 곳에서 손을 뺐으니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

좌변을 먼저 차지한 강동윤은 기분이 좋다. 31로 밀고 들어오는 정도는 양보할 준비가 돼있다는 듯 빠르게 32, 34로 하변을 정비한다. 좌변 35, 37은 급한 삭감. 이 부근에 백의 병력이 먼저 깔리면 거대한 얼음 제국이 형성돼 흑이 감당할 수 없는 국면이 된다. 38로는 A의 곳이 먼저였다는 견해가 있었다. 거꾸로 39를 맞으니 35, 37의 활용까지 유효적절해졌다. 다행히 39는 선수가 아니다. 우상귀 40의 시간 연장 수단으로 점검하고 42로 젖혀간다. 승부수! ‘참고도’의 진행이면 백의 횡재다.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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