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원춘 사건 발생한 수원 지동에 꽃 심은 '기소유예' 청소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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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원춘 사건’이 발생했던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지동의 한 주택가 자투리 땅이 11일 ‘함께 하는 꽃밭’으로 변신했다.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10대 청소년 등이 꽃과 나무를 심고 가꾼 결과다.

수원지검(신유철 검사장)은 지난 5월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에게 반성의 기회를 주면서 뭔가 의미 있는 지역사회 활동에 동참시키는 방안을 찾았다. 이후 ‘게릴라 가드닝’을 벤치마킹 했다. 게릴라 가드닝은 주로 밤을 이용해 버려진 빈 땅에 꽃과 나무를 심는 공동체 활동으로 1973년 미국 뉴욕에서 시작됐다. ‘도시를 아름답게 바꾸는 혁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검찰은 법사랑수원지역연합회와 협의를 거쳐 15명의 선도 대상 청소년들을 화단 조성활동에 참여시키는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선도대상 청소년들은 모두 15명으로 만 15~18세다. 이들은 친구들과 어울리며 자전거를 훔쳐 타거나 편의점에서 몰래 과자를 들고 나오다 검찰에 넘겨졌다.

게릴라 가드닝은 지난 6일부터 본격 시작됐다. 대상지는 2012년 중국동포에 의해 한 여성이 끔찍하게 살해된 오원춘 사건이 발생했던 수원 지동의 한 공터(230여㎡)였다. 디자인은 경희대 환경조경디자인학과가 맡았다. 검찰은 사흘간 매일 3시간씩 선도대상 청소년·법사랑위원·지역주민 등 30여 명과 함께 꽃과 나무를 심고 가꿔 나갔다. 수원시농업기술센터도 동참, 원예활동을 통한 청소년들의 정서적 치료를 맡았다.

화단이 조성되기 전 ‘오물(투기) 금지’ 등 간판이 놓여 있던 흉물스런 공터는 화사한 공간으로 변했다. 화단은 ‘함께하는 꽃밭’으로 이름 붙여졌다. 검찰은 구도심의 환경이 화단으로 한층 밝아지면서 범죄예방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원지검 박종근 형사3부장은 “게릴라 가드닝을 통한 검찰의 선도활동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일회성 사업으로 그치지 않도록 선도 대상 청소년·지역 주민 등과 함께 꾸준히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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