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과로사 백서 발간…한국은 더 장시간 일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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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정권]

일본 기업의 장시간 노동과 과로사 실태를 조사한 백서가 나왔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2014년 11월 시행된 과로사 등 방지대책추진법에 따라 처음으로 ‘과로사 백서’를 최근 공표했다. 일본 정부가 작성한 과로사 백서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해마다 작성된다.

이에 따르면 후생노동성이 지난해 12월~올 1월 약 1만개 기업(회답 1743사)과 근로자 약 2만 명(회답 1만9000명)을 상대로 근로 실태를 조사한 결과, 기업의 22.7%에서 근로자가 월 80시간 이상의 초과 근무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 80시간의 초과 근무는 산업 재해 인정의 기준으로 ‘과로사 라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 기준을 넘어 정사원이 초과 근무를 한 기업은 업종별로 정보통신업이 44.4%로 가장 높았다. 다음은 학술 연구 직종과 전문적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40.5%), 운수ㆍ우편업(38.4%) 순이었다.

조사 기업 중 과로사 방지법에 대해 “대체로 내용을 알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38.1%에 그쳤다. 근로자 조사에선 정사원의 36.9%가 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의료ㆍ복지 분야(41.6%)와 서비스업(39.8%)이 다른 분야에 비해 높았다.

지난해 뇌ㆍ심장 질환으로 사망해 산재보험금을 받은 사람은 96명으로 가장 높았던 2002년(160명)보다 40%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신 질환에 의한 자살자나 자살 미수자에게 산재보험급이 지급된 사례는 93건으로 과거 최대였던 2014년(99명)과 거의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백서는 과로사에 대해 ”노동시간고 직장 환경 뿐 아니라 업계를 둘러싼 환경과 근로자의 상황 등 다양한 요인의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본에선 1980년대 후반부터 과로사가 사회 문제화되면서 91년에 ‘전국과로사를 생각하는 가족 모임’이 결성됐다. 이 모임의 활동에 따라 정부에 과로사 대책 마련을 의무화하고, 매년 과로사 상황 및 정책을 국회에 보고하도록 한 과로사 방지법이 생겨나게 됐다.

한국의 노동시간은 일본을 크게 웃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8월 발표한 '2016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근로자의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은 2113시간으로 일본(1719시간)보다 400시간 가량 많았다. 하루 법정 노동시간 8시간으로 나누면 한국 근로자는 일본보다 50일 더 일한 셈이다. 한국은 OECD 34개 회원국 중 멕시코(2246시간)에 이어 두 번째로 근로시간이 길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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