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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가을이지만 스포츠열기에 밀려 독서계가 적막하다. 전국 규모의 유일한 책 잔치인 전국도서 전시회가 취소되는가하면, 매년 열리던 독서주간 (24∼30일)행사도 아시안게임이 끝나는 10월6일 이후로 연기됐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매년 독서주간을 전후해 가져왔던 전국도서전시회를 올해엔 열지 않기로 했다. 출협이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데는 우선 장소 난 때문이라고 한다. 출협이 예년과 같이 도서전시회를 경희궁 공원운동장 (옛 서울고터)에서 갖기로 하고 서울시에 사용신청을 했으나 서울시는 「공공의 장소를 특정단체 행사에 빌려줄 수 없다」 는 이유로 이를 허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출협측은 한강 고수부지 등 몇몇 장소를 물색했으나 그런 곳에 시민들이 얼마나 모여줄지 확신이 서지 않아 도서전시회 자체를 포기했다고 밝혔다.
출판계 일각에선 지난해 전시회과정에서 일부 이념서적·정치인 서적 판매를 둘러싸고 벌어진 행정당국과의 마찰도 이번 전시회 준비를 소극적으로 끌고간 한 요인으로 보고있다.
또 출판계 자체의 전시회에 대한 성의 부족도 함께 지적되고 있다. 출협은 대안으로 「사랑의 책 보내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 계획이라고 한다.
출판계에서 아시안게임을 맞아 없었던 문화행사도 만들어 하는 판에 있었던 행사가 취소된 데 대해 크게 서운해하고 있다. 전국도서전시회는 지난해로 28회를 맞았다. 출판인·저자·독자들의 책의 축제로 열렸던 작년 전시회의 경우 전국 6백17개 출판사가 참가, 4만4천여종 41만9천여권이 선보여 휴일엔 15만명의 인파가 몰리는 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또 「한국사전 1백년전」 「광복40년 수상 도서전」 「우수장정 도서콘테스트」등 푸짐한 특별기획전까지 마련돼 「생활 속의 책의 문화」를 인식케 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 출판인들은 이 도서전시회가 일찌기 문헌지방이었던 우리나라의 전통을 이어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도서전시회로 정착되기를 바라고 있다.
한편 문교부는 독서주간이 시작되기 하루전인 23일 돌연 독서주간을 아시안게임 뒤인 10월6일부터 12일까지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문교부는 금년 초 「독서주간·행사의 내실화」를 올해 주요업무의 하나로 보고한바 있다.
출판인들은 지금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체육행사에 쏟는 관심의 수십 분의 일만이라도 척박한 독서 풍토 개선에 쏟아야 할 때가 아닌가 고 보고 있다. <이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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