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타개책으로 등장한 45의 自殺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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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제37기 왕위전 본선리그 제1국
[제3보 (36~49)]
白.李昌鎬 9단 | 黑.曺薰鉉 9단

백△들은 명색은 '세력'이지만 차단되는 순간 '곤마'로 돌변한다.

그리고 이 돌들이 곤마가 되는 순간 백의 여정은 피곤해진다. 조심스러운 李9단이 이 점을 가장 경계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李9단은 38로 붙인 다음 40으로 끊어버렸는데 이런 수법은 보통의 경우 차원이 낮은 수로 분류된다. 맛은 나쁘고 얻는 실리는 별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우측 백△들의 안전을 조기에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실전적이고 강력한 수법이었다.

曺9단은 떨떠름한 얼굴로 바둑판 앞에 바짝 다가앉는다. 신중한 이창호가 이렇게 끊었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어쩌면 전보 한칸 뛴 수▲가 잘못되었는지도 모른다.

장고가 이어지다 드디어 41로 단수한다. 42로 나가자 이번엔 다시 43의 단수.

이런 대목에서 흑이 '참고도1'처럼 두는 것은 백을 행복하게 해줄 뿐 얻는 게 전혀 없다. 43은 그런 점에서 고수의 뼈대를 느낄 수 있는 수다.

그다음 45로 쑥 나간 수가 눈을 번쩍 뜨게 만든 한수다. 말하자면 '자살수'인데 인터넷 해설을 맡은 윤현석8단은 '맥점'이란 표현을 쓰고 있다.

사실 45로 '참고도2' 흑3처럼 두는 것은 백4,6으로 아무 것도 안된다.오직 45로 먼저 나가는 자살수만이 이 대목에선 유일한 궁여지책이다.

'참고도3'은 정석과정에서 나오는 유명한 수순. 흑5가 자살의 맥점인데 이 수에 대해 백은 A에 끊을 수도 없고 놔둘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진다. 曺9단의 45는 그 맥점을 원용한 것이다.

결국 백은 46,48로 두점을 잡았고 그 틈에 흑도 49로 두점을 잡아 한숨 돌렸다. 그러나 '일단락'이라고 생각한 그순간 예측 못한 일이 벌어진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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