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라마단 때도 해가 지면 외식·쇼핑 즐기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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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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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 신혜은씨가 모형 비행기 등 자신의 수집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승무원 출신이다. [사진 오상민 기자]

항공사 승무원 출신의 여행작가 신혜은(35)씨는 요즘 고등학교 교과서를 집필하고 있다. 교과명은 『여행지리』로 2018년에 고교 진로선택과목으로 신설될 예정이다. 신씨는 “여행에서 보고 느낀 점을 바탕으로 진로를 구체화하도록 돕고, 지리를 여행자의 시각에서 풀어내는 교과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9월 한 출판사로부터 제안을 받아 올 초부터 지리학과 교수, 지리 교사 등과 함께 집필 작업에 참여 중이다. 그가 집필진으로 선정된 데는 ‘승무원 출신의 여행작가’란 이색 이력이 한몫을 했다. 승무원과 여행작가로서 신씨는 60개국 134개 도시를 여행했다. 2014년엔 여행 에세이 『낯선 바람을 따라 떠나다』를 펴냈다.

승무원 출신 여행작가 신혜은씨
교과서 『여행지리』 집필 참여

그가 『여행지리』 교과서에서 주로 집필을 맡은 주제는 ‘진로’다. 여행 산업과 관련된 직업을 소개하고 여행을 통한 진로 설정을 이야기한다. 그는 “처음 도입하는 교과목이다보니 참고할 만한 교과서가 없지만 여행서적과 국내외 자료들도 찾아보고, 수차례 회의를 거치면서 완성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신씨 역시 여행을 통해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그는 7년 간 두바이에서 아랍에미레이트항공사의 승무원으로 일하면서 여러 나라들을 여행하고 새로운 꿈을 찾았다. 바로 ‘여행작가’였다. 그는 여행 틈틈이 벤치에 앉아 ‘여행일기’를 썼다. “코트디부아르의 아비장에서 만난 아이들은 가난했고, 배고팠지만 그만큼 욕심이 없고, 해맑았어요. 행복의 의미를 생각하게 했죠. 두바이에서 보니 이슬람교의 금식기간인 라마단은 해가 지면 오히려 외식·쇼핑 등이 활발해지는 축제기간도 되더군요.” 이처럼 여행에서 보고 느낀 점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던 그는 2012년 승무원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같은 해 교보문고의 신진 칼럼 작가단에 선발돼 6개월 간 교보문고 사이트에 여행 칼럼을 연재하면서 작가로서 첫 발을 내디뎠다.

그는 현재 한 온라인 매체에 여행 칼럼을 기고하고, 인터넷 라디오에 패널로 출연해 여행 이야기를 전한다. “앞으로도 여행을 계속하면서 얻은 지식과 여행의 이로움을 전파하고 싶어요.”

글=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사진=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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