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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스포츠 과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한국의 스포츠과학 연구활동은 미국에 비하면 아직도 걸음마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스포츠과학의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대두된 것은 64년 동경올림픽을 전후한 시기였으나 80년대 들어 비로소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지난 80년 대한체육회 산하에 스포츠과학연구소를 비롯, 82년에 체육부내에 체육과학국이 각각 설치돼 적극 활동에 나섰다.
그동안 연구소는 대표선수들의 체력측정, 신인발굴을 위한 기준치 설정 등 초보적인 연구수준에서 맴돌다가 지난해부터 가까스로 종목별 현장적용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태능 선수촌에 위치한 연구소는 스포츠 생리학실·생체 역학실·스포츠 심리학실·전산자료과등 4개 분야로 나뉘어져 있고 현재 소속연구원은 모두 22명. 오는 9월 조교 8명을 채용, 인원을 확충할 예정이다.
갖추고 있는 기자재는 고속비디오·압력 측정판·안구움직임검사기·컴퓨터등 모두 1백10종 2백70여점(16억원 상당)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세계양궁대회에서 예상외로 한국 남자팀이 미국을 누르고 우승한 것은 폴리그라프 등 기자재를 동원해 2개월간 현장 적용을 실시한 연구소의 노력이 성과를 거둔 케이스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경기력 향상 못지 않게 스포츠과학에서 중요한 대상인 선수들의 부상방지 방안에는 두드러진 연구실적이 없다.
이와 함께 스포츠과학이 학문으로서 정착되지 못해 대학에서 기초적인 연구가 진행되지 않고 있는 점은 이 분야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된다.
서독의 경우 23개 의과 대학에 스포츠 의학과가 설치되어 있어 각 대학이 특성과 전통에 따라 종목별로 스포츠과학연구와 선수의 건강 관리를 실시하고 있다.
또 스포츠 과학에 대한 인식이 뿌리를 내리지 못해 선수·코치와 연구원 사이의 원활한 협조·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점도 해결돼야할 과제다.
스포츠 과학연구소 신동성 연구부장은 『이 분야는 일본에 비해서도 20년 정도 뒤떨어져 있는 실정』이라며 『대학에서 기초적인 연구가 활성화되지 않으면 연구의 활성화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특히 태능 선수촌에서 훈련중인 대표팀 코치들 중에도 다수가 스포츠과학에 대한 인식이 부족, 현장적용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하이테크 기자재가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제정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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