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내가 문재인 페이스메이커? 국민이 결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안희정 충남지사가 22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의 대선후보 경쟁과 관련, “오랫동안 한집안에서 지낸 선배라 제가 갖고 있는 예법을 따르고 있다”면서도 “저는 (대선후보 경선에) 임한다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이미지

안희정 충남지사가 2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안 지사는 이날 중견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 나와 이처럼 문 전 대표와의 정면승부를 예고했다. 문 전 대표 측도 이날 “안 지사는 우리 당의 중요한 미래 자산”이라며 “공정한 당내 경쟁을 통해 아름다운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훈토론회서 경선 정면승부 예고
문 측 “공정경쟁해 아름다운 결과를”
안 “충청대망론, 지역에 가두는 어법”

안 지사는 리우 올림픽 여자배구 국가대표인 김연경 선수에 자신을 비유하면서 잠재력을 부각하려 했다. “제가 지지율이 낮다고들 하는데, 저는 배구 스타인 김연경 선수를 몰랐다. 그러나 올림픽 경기를 몇 차례 치르는 과정에서 국민들은 김연경 선수의 이름을 알게 됐고, 국민 스타가 됐다”면서다. 그런 뒤 “선거도 이처럼 새로운 포부를 갖고 있는 정치인들을 국민들에게 선보이는 자리”라며 “최종 결정권자는 국민 여러분”이라고 강조했다. 안 지사는 ‘문 전 대표의 페이스메이커(pacemaker)라는 얘기가 있다. 실제로는 차차기 출마를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어떤 경우든 ‘내가 꿈이 있다’고 말하는 것을 비난하고 공격해선 안 된다”고 답했다.

그는 “민주당의 후손으로서 김대중·노무현의 미완의 역사를 뛰어넘고, 이승만·박정희의 20세기 정치와 결별하겠다”는 말도 했다. 대선 출마 시점에 대해서는 “내년 초 국민께 소신을 말씀드릴 기회를 가졌으면 정말 좋겠다”고 말했다.

이른바 ‘충청대망론’과 관련, 안 지사는 “새로운 통합과 미래를 위한 지도자를 지역에 가두는 어법(語法)”이라며 “그런 어법을 사용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지역이 백번 지역주의 정치를 한다 해도 충청은 그래선 안 된다”며 “그게 (충청대망론을 앞세웠던) JP(김종필 전 국무총리) 평생의 비애 아니었느냐”고 반문했다.

안 지사는 “JP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혼신을 다해 돕겠다’고 했다”는 질문이 나오자 “김 총재 댁에는 많은 분이 오신다. 그때마다 ‘잘되라’고 해주시지 않을까 한다”고 받아넘겼다. 그러면서 “김 총리는 그 시대 우리 지역을 대표하고 시대를 이끈 지도자 중 한 명이다. 배울 점이 많다”고 평가했다.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결정과 관련, 안 지사는 “군사전문가들의 정밀 논의가 필요하다”며 “모든 정치인이 어느 날 갑자기 군사전문가가 돼서 논의하는 게 적합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사드에 찬성하면 안보를 걱정하는 것이고, 반대하면 불순 세력이라고 규정하면서 찬반이라는 정치 공간에 이 문제를 들이밀면 안 된다”며 “이런 점에서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개헌 문제에 대해선 “어떤 정파와 정치지도자들의 국면 운영 전략으로 타협되거나 선거를 앞둔 유불리에 따라 논의해선 안 된다”고 답했다.

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