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충남지사가 22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의 대선후보 경쟁과 관련, “오랫동안 한집안에서 지낸 선배라 제가 갖고 있는 예법을 따르고 있다”면서도 “저는 (대선후보 경선에) 임한다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지사는 이날 중견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 나와 이처럼 문 전 대표와의 정면승부를 예고했다. 문 전 대표 측도 이날 “안 지사는 우리 당의 중요한 미래 자산”이라며 “공정한 당내 경쟁을 통해 아름다운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훈토론회서 경선 정면승부 예고
문 측 “공정경쟁해 아름다운 결과를”
안 “충청대망론, 지역에 가두는 어법”
안 지사는 리우 올림픽 여자배구 국가대표인 김연경 선수에 자신을 비유하면서 잠재력을 부각하려 했다. “제가 지지율이 낮다고들 하는데, 저는 배구 스타인 김연경 선수를 몰랐다. 그러나 올림픽 경기를 몇 차례 치르는 과정에서 국민들은 김연경 선수의 이름을 알게 됐고, 국민 스타가 됐다”면서다. 그런 뒤 “선거도 이처럼 새로운 포부를 갖고 있는 정치인들을 국민들에게 선보이는 자리”라며 “최종 결정권자는 국민 여러분”이라고 강조했다. 안 지사는 ‘문 전 대표의 페이스메이커(pacemaker)라는 얘기가 있다. 실제로는 차차기 출마를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어떤 경우든 ‘내가 꿈이 있다’고 말하는 것을 비난하고 공격해선 안 된다”고 답했다.
그는 “민주당의 후손으로서 김대중·노무현의 미완의 역사를 뛰어넘고, 이승만·박정희의 20세기 정치와 결별하겠다”는 말도 했다. 대선 출마 시점에 대해서는 “내년 초 국민께 소신을 말씀드릴 기회를 가졌으면 정말 좋겠다”고 말했다.
이른바 ‘충청대망론’과 관련, 안 지사는 “새로운 통합과 미래를 위한 지도자를 지역에 가두는 어법(語法)”이라며 “그런 어법을 사용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지역이 백번 지역주의 정치를 한다 해도 충청은 그래선 안 된다”며 “그게 (충청대망론을 앞세웠던) JP(김종필 전 국무총리) 평생의 비애 아니었느냐”고 반문했다.
안 지사는 “JP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혼신을 다해 돕겠다’고 했다”는 질문이 나오자 “김 총재 댁에는 많은 분이 오신다. 그때마다 ‘잘되라’고 해주시지 않을까 한다”고 받아넘겼다. 그러면서 “김 총리는 그 시대 우리 지역을 대표하고 시대를 이끈 지도자 중 한 명이다. 배울 점이 많다”고 평가했다.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결정과 관련, 안 지사는 “군사전문가들의 정밀 논의가 필요하다”며 “모든 정치인이 어느 날 갑자기 군사전문가가 돼서 논의하는 게 적합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사드에 찬성하면 안보를 걱정하는 것이고, 반대하면 불순 세력이라고 규정하면서 찬반이라는 정치 공간에 이 문제를 들이밀면 안 된다”며 “이런 점에서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개헌 문제에 대해선 “어떤 정파와 정치지도자들의 국면 운영 전략으로 타협되거나 선거를 앞둔 유불리에 따라 논의해선 안 된다”고 답했다.
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