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국가에도 인간 소외 존재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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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사회주의 사회에도 소외가 존재한다』고 문제를 제기하여 지난83년 인민일보 부편집장 자리에서 쫓겨났던 중공의 철학자 왕야수가 이번에는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에서는 노동시간 단축 등이 이루어져 인간을 전면적으로 자유롭게 발전시킨다는 공산주의적 이상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대담한 견해를 발표, 중공의 최근 백가쟁명 부활과 함께 주목을 끌고있다.
『마르크스주의의 인간적 철학』이라는 제목을 붙인 왕의 이 논문은 신문 2페이지 분량의 방대한 것으로 상해에서 발행되는 문회보에 17, 18일 이틀간에 걸쳐 게재되었다.
그는 공산주의 사회에 대해 『중공에서는 공산주의 사회로 되면 갖고 싶은 물건은 무엇이든지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나 이것은 오해이며 이 오해가 중국인의 사회에 널리 퍼져있다』고 단정했다. 또 그는 공산주의 사회는 『인류가 만들어낸 모든 문명을 모든 인간이 향유하는 사회』라고 규정하고 공산주의의 이상을 『인도주의』라고 표현했다.
왕은 자본주의와의 비교를 통해 『노동소외를 비롯한 각종 소외가 자본주의하에서는 존재하며 대다수 사람들의 희생을 기초로 소수가 사회를 움직이고 있다』고 비판하고 『공산주의는 이러한 소외를 극복한 사회』라고 강조했다.
왕의 이러한 견해는 공산주의 사회로의 과도기로 되어있는 사회주의 사회에서도 소외는 아직 극복되지 않은 채 존재하고 있다는 자신의 학설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왕은 소외의 배경으로서 계급대립보다 생산력 확대가 불충분한 점을 들고 있다. 생산력이 향상되면 노동시간이 적어도 필요한 물자를 손에 넣을 수 있게돼 계급대립의 싹도 없어진다는 것.
왕은 자본주의 사회에 모순이 많이 있기는 해도 『선진국의 경우 근무시간이 단축되고 도시와 농촌간의 격차가 줄어들 뿐 아니라 육체노동과 두뇌노동이 결합된 지력이 생산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컴퓨터는 인간을 해방시키는 수단이며 자동화·로보트 도입 등으로 인간은 단조롭고 힘든 노동에서 벗어나 창조적인 일에 종사할 수 있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논거를 통해 그는 선진 자본주의 국가가 『개개의 인간을 전면적으로 자유롭게 발전시킨다고 하는 마르크스주의의 공산주의적 이상으로부터 멀어져가는 것이 아니라 보다 가깝게 접근해가고 있다』 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게다가 왕은 마르크스주의에는 불가결하다고 인식되어온 계급투쟁과 프롤레타리아 독재에 대해서도 이것을 『수단』으로 보는 견해를 제시하고 계급투쟁과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무엇보다 중시한 문화대혁명 노선을 완전히 부정했다.
왕의 논문은 개혁정책을 뒷받침해 줄 만한 이론이 궁핍한 중공에서 『마르크스주의의 원점으로 돌아가 공산주의운동의 목적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문제제기를 한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마르크스 주의 소외이론>
분업화와 사적소유가 진행함에 따라 노동자가 자신이 만든 생산물을 소유할 수 없게되고 인간관계도 물질(상품)과 물질을 통한 관계로 된다는 것이다. 「마르크스는「소외」의 개념을 자본주의 사회 분석에 사용, 이러한 소외를 극복하여 인간이 주체적인 자유를 회복하는 운동을 계급투정이며 노동운동이라고 규정했다.
이제까지 마르크스주의 이론에서는 사회주의 사회가 되면 소외는 없어진다는 해석이 일반적이었다.
따라서 사회주의사회에서도 소외는 존재한다는 왕야수의 주장이 긴 논문으로 문회보에 다시 실렸다는 사실은 등소평을 정점으로 한 중공의 지도부가 추진하고 있는「마르크스 수정」 작업의 중요한 일환으로 해석되고 개인적으로는 왕의 완전한 복권을 의미한다. 【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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