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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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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국의 민주화 운동은 중대한고비를 넘으러 하고 있다. 작년 2월 총선에서 제시된 민의를 거부·배반해오던 현정권 당국이 개헌을 하자고 제안해 온 것이다.
우리는 이를 환영하면서 합의개헌을 위한 개헌특위를 국회 내에 설치키로 했다. 합의개헌에 성공한다면 세계선진대열에 합류하겠지만 실패한다면 군사쿠데타의 악순환이 반복되거나 유혈민 민중혁명의 우려가 있다.
여야 모두에 책임이 있다. 사심을 버려야 하며 특히 기득권자는 야당할 각오를 가져야 한다.
1천여명에 달하는 정치범이 석방되고 김대중씨를 비롯한 민주인사들에 대한 공민권제한이 철폐돼야 한다. 민주화는 국민 대화해로 가는 길이며 그 과정 또한 화해로 와야 한다.
그러나 현정권은 그들의 개헌의도가 민주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정권유지를 목적으로 한 기만술책이 아닌가 하는 짙은 의구를 던지고 있다. 그것이 명백하다고 판단될 때 우리는 언제라도 현정권에 대해 전면적 거부를 선언하겠다.
현 정권은 유례가 없을 정도의 부정부패와 유신체제와 같은 인권유린을 자행해왔다. 그러나 우리는 부도덕한 정권이라고 해서 반드시 상응하는 보복과 처절한 부정을 당하는 비극은 막아야한다고 믿기 때문에 합의개헌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개헌논의의 시작을 민주화의 출발점으로 삼아 구속자 석방, 사면·복권, 수배해제조치를 통해 정치보복을 청산하고 화해의 시대를 열어 국민대화해·민족대화해로 나갈 것을 촉구한다.
민주화는 정부선택권을 되찾자는 차원을 넘어 국민의 뜻과 희망, 사회 능동체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바를 기탄 없이 말할 수 있고 주장할 수 있는 사회, 의회에서 국민의 꿈과 희망·권익이 입법화되고 정책화되는 사회로의 전환인 것이다.
민주화를 향해서 국민의 창의와 참여가 보장돼야하며 국민은 민주제 개헌안에 발언권이 있다.
민주진영 전체의 단일개헌안 마련을 강구하겠다.
민주화는 마침내 이뤄진다고 확신한다. 민족내부의 화해가 마침내 분단된 국토를 하나로 이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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