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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축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아르헨티나가 30일 아침 FIFA컵의 13번째 주인이 되었다.
「축구의 신동」「마라도나」는 「아벨란제」FlFA (국제축구연맹)회장에게서 받아든 황금 컵에 입맞추며 운동장으로 달려나갔다.
아르헨티나는 본선에 8번째 출전, 1930년 1회 대회에서 준우승하고 78년 자국대회에서 우승한 후 8년만에 최고의 감격을 맛봤다.
아르헨티나는 이번 우승으로 월드컵에서 세번 우승한 브라질·이탈리아와 두번 우승한 우루과이·서독과 동렬에 서는 축구 강국의 면모를 과시하게 됐다.
그 우승은 물론 우연한게 아니다. 아르헨티나는 예부터 탱고와 축구·복권의 나라로 알려져 있었다.
국민들은 매주 26개 프로팀이 벌이는 축구에 열광한다. 매일 밤 TV뉴스에서도 그 전적이 주요 뉴스거리다.
복권 중 가장 인기있는 것은 브로데다. 축구의 우승팀을 맞히는 게임. 상금이 보통 50만 달러(4억5천만원)나 된다.
국민들은 『한번 당첨되면 팔자가 핀다』는 말을 자주 한다.
한때는 그런 축구와 복권 열기 때문에 민주화가 안되고 경제가 문제라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83년에 군정을 무너뜨리고 집권한 「알폰신」민정 대통령조차도 『경제문제 해결 없이는 민주주의가 어렵다』고 말할 정도다. 5백억 달러라는 외채와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인플레가 이 나라의 목을 죄고 있다.
그런 걱정으로 「알폰신」은 멕시코시티의 아즈테카 경기장에 달려가 응원하지 못했다. 서독의 「콜」수상과는 좋은 대조를 이뤘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의 수도 붸노스아이레스는 민주화이후 어원 그대로의 「좋은 공기」를 만끽하며 승리를 구가하는 군중들로 축제를 이루고 있다.
아르헨티나 축구를 키운 것은 국민의 축구열이다. 26개 프로구단 외에도 3천개의 클럽이 있고 프로등록선수만 6만5천명이나 된다. 거기에 해외에서 돌아온 프로 선수들의 기량은 세계적이다.
「마라도나」는 이탈리아의 나폴리 팀, 「발다노」는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 팀, 「부루차가」는 프랑스의 낭트 팀에서 달려왔다.
78년 월드컵 우승 감독 「메노티」로부터 대권을 이어받은 의학박사 출신의 지장 「빌라르도」는 4월까지도 최종 엔트리를 확정하지 않은 채 이들을 기다렸다.
서독 팀의 「베켄바워」감독은 『아르헨티나의 승리는 당연하다. 「마라도나」외에도 모든 선수가 훌륭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보며 이들과 1차전에서 만나 3-1로 선전한 우리 축구의 밝은 미래도 기약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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