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야당 쪽에도 우리와 맞는 사람 있어…정계 빅뱅 올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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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58)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13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제시한 정권재창출의 키워드는 두 가지였다.

김포공항 인근 식당서 2시간 문답
“진영 의원도 그쪽 가서 잘하지 않나
정계개편 준하는 상황 얼마든지…
대선 후보들도 개헌 공약 내걸어야
나는 4년 중임 정·부통령제 선호
의원외교는 한마디로 최고급 관광
국민들이 알면 돌 들고 달려들 것
젊을 때 국전 입선한 집친구(아내)
암 투병 중 선거운동…목이 멘다”

첫 번째는 “여당 후보의 당선을 돕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 박근혜 정부 남은 임기 1년6개월의 성공”이라는 것, 두 번째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포함한 외부 인사를 적극 영입해 치열한 대선후보 경선을 치르겠다는 것이었다. 이 대표는 내년 대선 구도와 관련해선 “얼마든지 여야를 포함해 빅뱅이 있을 수도 있다”며 정계개편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 대표와의 인터뷰는 지난 13일 김포공항 앞 식당에서 두 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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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지난 13일 김포공항 입국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고민이 많아 잠을 두어 시간밖에 못자고 있다?면서도 공항 인근 식당으로 옮겨 본지와 2시간여 동안 인터뷰를 했다. [사진 김경빈 기자]

전당대회 기간 중 ‘슈퍼스타K’(가수 오디션) 식 대선후보 경선을 얘기했는데.
“누가 유력하다는 식으로 몰고 가지 않고 당내 6~7명의 희망자 외에 외부에서도 여러 분을 모셔올 것이다. 이후 3~5개월 동안 치열한 정책 경쟁을 벌이게 하고 5개월 지나고 나서 한 사람씩 여론조사를 통해 슈퍼스타K 방식으로 탈락시켜 2명 정도만 남길 것이다. 전당대회에서 최종 승부를 보게 하겠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주가가 올라갔다.
“전혀 내 의도나 의지와 관계없다. (특정 후보가) 흠결이 있는지, 또는 자격이 있는지 모르는데 치우친 마음을 갖겠나.”
대선후보 정책토론에 개헌도 포함되나.
“당연하다. 5년 단임제는 누가 봐도 정책의 연속성, 정권의 책임감 면에서 부족함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개헌을 하되 4년 중임 정·부통령제를 하자는 생각이다. 그러면 호남 대통령-영남 부통령 혹은 거꾸로도 되고 수도권-지방, 남자-여자, 연세 든 사람-젊은 사람, 외교안보에 능한 사람-국내 정치에 능한 사람 등으로 짤 수 있다.”
내년 대선 구도는 어떻게 짜일까.
“여야 3자 구도가 될지, 두 야당이 단일화해 양자 구도가 될지 지금 단계에선 어떤 추측도 장담도 예측도 할 수 없다. 스마트폰, 모바일의 발달 때문에 정보가 공유되니 말 한마디 실수해도 뒤집어진다.”
정계개편이 가능하다고 보나.
“지금 야당이 10년 동안 정권을 창출 못했기 때문에 굉장히 치열할 거다. 국민의당 쪽도 박지원 대표님이 손학규 등 새로운 대선주자를 영입하려고 하고 더불어민주당도 김종인 대표님, 문재인 전 대표님, 그 밖의 희망자들이 하려 할 것이다. 그러다 감정에 의해 어그러질 수도 있고 전체적 재편이 될 수도 있다. 보수정당 자민련과 (김대중 총재의) 국민회의와 합쳐질 때도 있지 않았느냐. 더민주, 국민의당 지지자나 구성원 중 새누리당과 일치하는 사람이 적잖다. 새누리당도 그렇다. 진영 의원이 더민주 가서 잘하고 있지 않나. 얼마든지 빅뱅이 있을 수 있다. 빅뱅이 아닐지라도 정계개편에 준하는 상황 변화가 있을 수 있다.”
‘계파는 없다’고 선언했는데.
“새누리당은 사람으로 치면 계속 살이 빠지고 열이 나고 있는 것과 같은 상태다. 내과·외과·이비인후과만이 아니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종합진단을 해봐야 한다. 계파, 파벌, 당·청 관계 등 당내 문제점 전체에 대해 전문기관에 맡겨보고 싶다. 이 거대한 사무처를 이렇게 운영하는 게 맞는지, 중앙위나 조직, 전당대회가 이런 식이 맞는지 종합진단을 하겠다. 나는 말로 하는 사람이 아니고 발로 뛰는 사람이다. 당을 한번 바꿔보고 싶다.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않았던 방법으로. 내가 호남에서 깨봤는데 깨지더라.”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거위의 꿈’을 품은 건 언제인가.
“열 살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양회수(신민당)·기세풍(공화당) 후보의 7대 국회의원선거 합동유세를 보면서 국회의원이 되려면 연설을 잘해야겠다고 생각해 시골 산골에 소를 풀어놓고 산을 바라보며 ‘우리 동네를 기와집으로 만들겠다’ ‘쌀밥 먹도록 해주겠다’고 연습했다.”
국회의원이 되고 나니 어땠나.
“386조원 정부 예산을 심의하는 데 정작 예산서를 읽을 줄 아는 국회의원이 한 명도 없다. 솔직히 너무 양심에 찔린다. 내 키의 7~8배 되는 예산서가 임박해서 오면 이거 만화책이라 해도 읽으라면 못 읽는다. 해외 의원외교로 한 번에 1800만원, 2300만원 쓰며 9박10일씩 보통 간다. 어딜 선호하는지 아나? 국회의원 아닐 때 자기 돈 주고 가기 어려운 나라를 간다. 한마디로 최고급 관광 가는 거다. 이걸 누군가 속속들이 비디오로 찍어 보여준다면 국민이 돌 들고 달려들 거다. 지금 상태로는 내가 국회의원 했다는 사실을 태어나게 될 손주들한테 절대 알리지 말라고 할 것 같다. 이제라도 바꿔보자. 내가 무지하게 욕 먹고 무지하게 힘들겠지만 그걸 주도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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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부인 김민경(53)씨를 ‘집친구’라고 불렀다. 김씨는 유방암으로 세 차례 수술을 받고 투병 중에 남편의 전남 순천 선거운동을 도왔다. 이 대표는 “(아내가) 젊을 때 민화(民畵)로 국전 입선도 하고 했는데 나 때문에 고생했다. 나는 우리 애들 나온 학교 이름도 모를 정도로 가정을 돌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친구’(란 표현은) 하는 순간 목부터 메어 강연에서도 내가 잘 들먹이지 않는 단어”라고 했다.

글=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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