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서 열리는 비핵·평화대회에 히로시마 전 시장도 참석 예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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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원자폭탄(원폭) 피해자들의 실태를 알리기 위한 비핵·평화대회가 5일 경남 합천에서 열렸다. 올해로 5회째인 이번 행사는 히로시마 원폭 투하 71년, 체르노빌 원전사고 30년을 맞아 ‘원폭 71년, 체르노빌 30년 같지만 다른 하루’라는 주제로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과 종합사회복지관 대강당에서 진행됐다.

합천은 한국인 원폭 피해자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다. 우리나라 거주 원폭 1세 피해자 2501명 중 24%인 619명이 경남에 거주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64%인 397명이 합천에서 살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의 히로시마’로 불리는 곳이기도 하다.

이번 행사는 비핵·평화 이야기한마당, 비핵·평화 영화상영회, 비핵·평화 난장, 비핵·평화 터벌림 한마당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비핵·평화 난장에서는 같지만 다른 하루를 살고 있는 원폭 피해자들과 일반 참가자들이 함께 평화 지문나무를 만들고 핵 없고 평화로운 세상을 염원하며 사진을 찍는 행사가 진행됐다. 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원폭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씻김굿’도 열렸다. 이 행사는 합천평화의집이 주관하고 한국원폭피해자협회, (사)위드아시아가 주관했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히라오카 다카시(平岡敬·88) 히로시마 전 시장이 방문할 예정이다. 일본 고위직을 지낸 인물로 합천을 찾는 것은 그가 처음이다.

6일 대구에서 제1회 평화예술제를 여는 대구KYC(한국청년연합회)가 히라오카 전 시장을 초청했는데, 히라오카 전 시장은 “먼저 합천 원폭 추모 행사에 참석하고 싶다”는 의사를 나타냈던 것이다.

히라오카는 1960년대 일본에서 신문기자로 근무하면서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을 집중 취재해 많은 기사를 썼다. 또 히로시마 시장으로 재임하던 당시 1997년에는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밖에 있던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를 평화기념공원 안으로 옮기도록 결정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오후 합천에 도착해 비핵·평화대회 프로그램을 지켜볼 예정이다. 또 6일 오전에는 한국원폭2세환우회가 주관하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추모제’에도 참석해 직접 추도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합천평화의집 관계자는 “원폭 피해자들은 피폭의 아픔을 간직하면서 우리와 같은 곳에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원폭 피해자들의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합천=강승우 기자 kang.seu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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