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트럼프, 과거에는 한국에 좋은 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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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후보 트럼프 의원과 새누리당 안상수 의원 [사진 안상수 의원 제공]

투자자 트럼프, 인간 트럼프는 비즈니스 매너가 좋은 다정다감한 사람이었다”

4일 새누리당 안상수 의원이 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에 대한 인상이다. 안 의원은 인천시장 시절인 2008년 9월 인천경제자유구역 투자 유치를 위해 뉴욕으로 날아가 트럼프를 만났다. 대화는 1시간30분 가량, 맨하탄에 위치한 부동산 개발회사인 트럼프 오거니제이션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안 의원은 “지금의 트럼프는 인종차별적인 발언, 돌발적이고 자극적인 발언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지만 당시에는 그런 점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면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선거 전략상 만들어낸 콘셉트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미국 대선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한국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주한미군 배치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한국과 관련해 트럼프가 내놓는 부정적 발언을 두고 대미관계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부터 영부인이자 정치인이었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와 달리 트럼프는 국내 정치인들과의 교류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 의원이 공개한 당시 만남을 촬영한 약 30초 분량의 동영상에는 남북관계를 궁금해하는 트럼프의 모습이 담겨있다. 그는 남북 상황에 대한 안 시장의 설명을 들은 뒤 “(북한 주민들은) 굉장히 충성심이 높은 것처럼 보인다. 이상한 상황이다. 굉장히 이상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북한이 다시 통일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안 의원은 “통일은 당장은 힘들지 않겠나.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답했다고 한다.

안 의원은 또 트럼프가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었다고 기억했다. 대우건설과 뉴욕 맨해튼 트럼프월드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국내 여의도ㆍ용산 등지에 ‘트럼프’의 이름을 딴 주상복합단지가 들어서는 등 한국 기업들과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안 의원은 “건물 건설이나 콘도 분양 등을 하면서 한국인들과 많이 만났고, 한국인들이 아주 부지런하고 사업을 잘한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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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후보 트럼프 의원과 새누리당 안상수 의원 [사진 안상수 의원 제공]

당시 안 의원과 만난 자리에는 큰딸 이반카 트럼프도 배석했다. 현재 트럼프 기업의 부사장인 이반카는 아버지의 선거운동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안 의원 등 방문단의 프리젠테이션이 끝난 뒤 트럼프는 곧바로 이반카에게 “네가 프로젝트 매니저를 맡아 추진해보라”고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이후 이반카가 팀장을 맡은 실무팀은 여러차례 인천을 찾아 투자 타당성 조사에 나섰다. 안 의원은 이반카에 대해서 “눈에 띄는 훤칠한 미인이었고, 친절했다”면서 “트럼프는 다정한 아빠이기도 하지만 딸에게 사업수완을 가르쳐주기 위해 일을 바로 맡기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구내 식당으로 이어진 식사시간에는 편안한 대화들이 오갔다고 한다. 안 의원은 “장난스런 칭찬을 건넬 정도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줄 아는 사람이었다”고 떠올렸다. 트럼프는 안 의원에게 “지금까지 수많은 시ㆍ도지사를 만났지만 안 시장 같은 미남은 처음 봤다”며 추켜세웠다고 한다.

안 의원은 당시 만남을 떠올리며 "계속해서 큰 부를 일으킨다는 것은 꾸준히 쌓인 인적 네트워크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력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말만 하고 책임지지 않는 정치인보다 오히려 훨씬 합리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끊임없이 소통하고 설득해 나간다면 한미관계가 큰 위기까지 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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