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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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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공 공군소속 미그기 1대가 또 우리나라에 날아들어 조종사가 제3국으로의 망명을 요청함으로써 그 뒤처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중공기가 우리 영토를 침범, 불법 착륙한 사건은 이번 말고도 모두 5건이고 이번의 경우와 유사한 사건도 82년 이후 2건이어서 선례에 따른다면 정부로서도 그렇게 큰 두통거리는 아닐 것 같다.
정부는 앞서 2건의 유사한 사건에서 조종사들의 의사를 존중, 대만으로의 망명을 허용한바 있고 기체는 중공의 공식요청이 있으면 반환할 수 있다는 유연한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국제 정세는 하루가 바쁘게 돌아가고 외교문제 또한 국가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변화무쌍하고 복잡 미묘해 반드시 선례대로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조종사에 대한 당국의 수사가 마무리되면 정확한 망명동기가 밝혀지겠지만 중공외교부는 사건 후 곧바로 성명을 통해 조종사와 기체반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 이번 사고가 『비행훈련 중 통신두절』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 망명이 아님을 비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의 성명은 으례 나오는 것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다만 원치 않는 잦은 불청객으로 인해 외교문제의 불필요한 부담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공연한 일로 나라에 이득은 커녕 중공이나 대만이 서로 섭섭해하고 심하게는 적대관계로까지 악화되거나 국제무대에서 구설수에 오르는 일도 없어야한다.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한-중공간에 모종의 직접교섭이 행해질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명심해야할 것은 법률적 주체국으로서 일반법과 국제법의 원칙과 관례는 존중되어야하며 객관적으로 이해되고 타당성이 인정되게끔 문제가 해결되어야한다.
물론 정치망명을 주장한다고 해서 모두가 정치범이랄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제관례를 보면 3백50여건의 망명을 내세운 항공기 납치범조차도 범인을 인도하지 않은 채 국내법으로만 소추한 것이 84%나 되고 소추없이 비호한 것도 상당수가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이재킹을 한 범인처리도 이러한데 정치범 인도는 좀처럼 용납될 수 없다함은 당연한 일이다.
또 우리가 놓인 특수상황으로 보나 우리나라가 도덕적 주체라는 사실을 상기하더라도 자유를 찾아온 사람을 함부로 내팽개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 한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나라가 주권적 실체로서 우리 영토안에 있는 기체와 조종사의 처리는 전적으로 우리 정부의 배타적 권한에 속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중공기와 조종사 처리문제는 전체 반환을 요구하는 북경의 입장이나 조종사의 망명허용을 요구하는 대북의 입장은 「이해」정도에서 그치고 국제윤리와 관행을 존중하면서
국가이익을 고려해 합리적이고 원만하게 처리해줄 것을 당부한다.
한편 중공기와 관련, 당국의 경계태세와 국민의 「위기」 대처도 만족스러웠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경보발령체계상의 문제점은 재검토되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해도 경보방송의 아나운서가 지나치게 흥분, 알아듣기 어렵기도 했거니와 지극히 신중해야할 『공습이 예상된다』 는 방송도 나왔다.
라면이 불티가 나고 예금을 찾으려는 고객으로 은행이 셔터를 내려야했고 시내전화회선이 마비가 되고 불안에 휩싸인 시민들이 허둥지둥했다. 상황을 정확하고 차분하게 알려주는 완벽한 경보체제를 갖추도록 노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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